"매우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 대한민국은 국운이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수주전에서 쟁쟁한 경쟁자인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을 제친 데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계약 체결 직후 아부다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수주 규모 400억달러는 건국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플랜트 수출이다. 이 중 일괄수출 계약으로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연료공급 등 건설 부문의 수주액만 200억달러에 달한다. NF쏘나타 100만대 또는 초대형 유조선(30만t급) 180척을 수출하는 금액과 맞먹는다.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건설 기간 10년간 1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원전 건설 후 60년간 운전,기기 교체,연료 공급 등 운영에 참여해 추가로 200억달러를 받을 수 있어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한국전력이 주도한 컨소시엄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국원자력연료 등 공기업을 비롯해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웨스팅하우스 등이 참여했다.

원자력 발전 기술이 사실상 전무했던 1971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기적을 이룬 셈이다. 한국은 71년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고리 1호기의 건설사업을 턴키로 맡겼을 정도로 척박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4월 상업운전에 들어가기까지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들은 웨스팅하우스의 하청업체로 단순 공사만을 맡으며 설움을 삼켰다.

한국은 이후 차근차근 원전을 지으며 기술을 배웠고 관련 인력을 키웠다. 현재 전국에 2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8기는 건설 중이다. 기술 자립도는 95%로 높아졌고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능력도 갖추게 됐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07년) 등 해외 수출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토록 열망해온 '원전 수출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원전을 수출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 5개국뿐이었다. UAE가 이번에 발주한 원자력발전소 4기 건설 사업에도 이들이 나섰다. 마지막까지 한전 컨소시엄과 겨룬 곳은 프랑스의 아레바(AREVA),히타치(일본)-GE(미국) 컨소시엄이었다. UAE는 최종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UAE는 한전 컨소시엄을 높게 본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짧은 건설 공기,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세계 최고의 운영실적 등을 평가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외에 외교력도 큰 몫을 했다.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UAE에 간 이 대통령은 26시간 머무르면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유력자를 모두 만나는 등 8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의 동생으로 이번 원전발주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자와 담판을 벌였다. "50년,100년 후 오늘을 돌아볼 때 UAE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수 있도록 한국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원전 수주에 앞서 양국의 군사교류 수준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최근 김태영 국방 장관이 UAE를 방문해 포괄적 군사교류협력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MOU는 양국의 방산기술 교류와 군 교육훈련 협력,군사적 지원,군 고위인사 교환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총체적 노력이 '아부다비 신화'를 이룬 것이다.

아부다비(UAE)=홍영식/류시훈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