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선 금호아시아나] "추가 지원 없다… 대우건설 매각돼도 갈길 멀어"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검토와 각각의 시나리오를 테이블에 올렸다. 이제 오로지 금호의 선택만 남았다. "

지난 24일 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호그룹과 산업은행 간의 대우건설 매각 및 그 이후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력한 대우건설 인수 후보인 자베즈파트너스와의 협의도 최근 일주일 동안 없었다. 대우건설을 어디에 넘길 것인지,이후 그룹 유동성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인지는 전적으로 금호의 선택에 달렸다는 얘기다.

◆대우건설 시장 매각 불확실

우선협상대상자인 자베즈가 금호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대우건설 인수가격은 주당 2만원에 실사 후 5% 범위 내에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유력 투자자로 거론됐던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는 마지막 단계에서 빠졌다. 대신 중동의 또 다른 펀드와 국내 대형 금융회사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들어갔다. 전략적 투자자(SI)인 동국제강은 최대 6000억원까지 투자하겠다는 확약서를 냈다.

금호는 지난 22일 자베즈를 단독협상자로 지정,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의 협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산은은 그 이전인 18일 대우건설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였다. 자베즈의 인수 여력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매각 이후에도 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금호는 여전히 자베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였던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을 산은에 넘기라고 금호를 압박하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미리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리스크를 안고 자베즈로 넘기느냐,100% 안전한 방법을 택하느냐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 이후 상황도 문제

금호 입장에서는 자베즈든 산은이든 큰 차이가 없다. 자베즈가 인수가격을 5% 낮추면 주당 1만9000원으로 산은이 제시한 가격과는 주당 1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금호와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에 합의하지 못한 본질적인 이유는 대우건설 매각 이후 금호의 유동성 위기 해소 방안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호가 내년 6월까지 갚아야 할 대우건설 풋백옵션 대금은 약 4조원.대우건설이 주당 2만원에 매각되더라도 이를 갚기에는 약 1조5000억원이 부족하다. 금호는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채권단은 "무담보 후순위채권자에 불과한 FI들이 담보권자인 채권단에 앞서 돈을 받는 것은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호가 채권단 및 FI들과의 협상을 통해 절충안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금호의 재무구조 악화 해결책

대우건설 매각 후 그룹의 지주사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는 점도 문제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 회사가 대우건설 매각 손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전환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출자전환으로 금호 대주주의 변동이 생기느냐 여부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출자전환 가격을 높이면 은행이 투자자로부터 배임에 해당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출자전환 후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정상화 이후 금호에 우선매수 청구권을 통해 경영권을 되돌려주거나,경영권을 보장하되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호 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며 "추가 금융지원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호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시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장창민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