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가뭄'을 뚫고 연말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조금씩 발주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한 데다,국내 조선 업체들의 '생존형 수주'까지 맞물리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2일 그리스 선사인 알미탱커사로부터 원유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 총 6억5000만달러 규모다. 이달에만 컨테이너 로로선,드릴십,반잠수식 시추선 등 총 20척(옵션 포함)의 건조 계약을 따냈다. 올해 연이은 수주 소식으로 관심을 모았던 성동조선해양도 23일 유조선과 벌크선 7척을 4억달러에 수주했다. 올 한 해에만 총 17척(옵션 포함),1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따냈다.

STX그룹 조선 계열사인 STX유럽(옛 아커야즈)도 같은 날 노르웨이 선사인 아일랜드 오프쇼어사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해양작업지원선(PSV) 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과 SPP조선 등도 연내에 선박 수주 계약을 추가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조선 ·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그동안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조선 업계가 연말 싹쓸이 수주에 나서면서 지난달 전 세계에서 발주한 선박의 72%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국내 조선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선박 건조 계약을 따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몸을 사렸던 선사들이 요즘을 해운시황의 저점으로 판단,조금씩 발주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놀고 있는 중고 선박은 넘쳐나지만,글로벌 선사들이 2~3년 뒤를 내다보고 돈을 더 주고서라도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 · 해운 경기 회복기에 대비하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돈이 마른 국내 조선업계가 단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생존형 수주를 본격화한 측면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조선업체들마저 예전엔 수주하지 않았던 소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특수선 등을 수주하고 나섰다"며 "당장 이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선수금을 받아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