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면 '립스틱 효과'로,호황이면 씀씀이가 커져서….' 화장품 시장에 '불황'이란 단어는 없는 걸까.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내년에는 8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백화점 화장품 매출 22% 급증

아모레퍼시픽은 22일 '화장품시장 전망 및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화장품 내수시장 규모가 7조38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내년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11.1% 증가해 8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5% 안팎으로 호전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소비심리가 회복돼 화장품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0.3% 증가한 데 이어 3년째 10% 이상 고성장세를 예상한 것.패션의류가 경기 영향으로 부침이 심한 것과 달리 화장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 소비재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화장품시장 성장률은 전체 소비재 성장률(3.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백화점 부문 매출이 21.8% 늘어난 1조9000억원을 기록,△로드숍(1조6600억원 · 12.0% 성장) △방문판매(1조7900억원 · 9.1% 성장)를 처음으로 앞지를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마트(7650억원)도 15.9% 늘어 백화점과 함께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인터넷(3.1%),다단계(-5.9%),직판(-1.0%) 매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키워드는 '트레이드 업'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화장품시장의 키워드로 '트레이드 업(trade up)'을 꼽았다. 불황임에도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백화점에선 100만원이 넘는 고가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중저가 브랜드숍들도 가격대를 높인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고가 명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사치품으로 만족을 극대화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즉 가치소비도 두드러졌다. 그동안 정체됐던 색조화장품 중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립스틱 매출이 전년 대비 10.6%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소비자들이 우울한 경제 상황과 대비되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선호하면서 립스틱 판매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에는 브랜드숍과 백화점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예상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백화점(2조2000억원)과 로드숍(2조1000억원)으로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자체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 화장품 메이커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다양한 판매경로를 넘나들며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멀티채널 유저' 급증 △환경 · 윤리를 고려한 제품의 니즈 확대 △남성 화장품시장의 신규 수요 창출 △고가 · 재생 · 기능성 제품 수요 증대 등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