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도 글로벌 1위로 올려 놓겠다. "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09'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TV 휴대폰 등과는 달리 아직 변방에 머물러 있는 생활가전의 위상을 놓고 볼 때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최 사장은 "미국에서 냉장고 매출이 70%,세탁기는 140% 늘었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22일 폴란드 가전회사 아미카를 전격 인수한 것은 TV에 이어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글로벌 톱'으로 올라서겠다는 최지성식(式) 속공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유럽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선진시장 유통망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최 사장이 아미카 인수를 시작으로 과거 인수 · 합병(M&A)에 부정적이던 회사 경영방침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돈이 있는 곳에 동원 가능한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최지성식 실용경영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아미카를 유럽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활가전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럽 16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양문형 냉장고와 프리미엄 제품 대용량 드럼세탁기 등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 생활가전을 이끄는 주력 제품의 현지 생산을 확대,유럽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아미카는 65년 전통의 가전 제조회사로 지난해 매출 4억여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은 유럽 내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제품 공급 기간을 4주 이상 줄이고 물류비용도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멕시코 등 해외 5개국에서 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유럽 판매량의 대부분을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 가져왔다.

연 500억달러 규모의 유럽 가전시장에서는 일렉트로룩스 밀레 필립스 등 유럽계 기업들과 삼성 LG 등 한국계,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계 업체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점유율 10%를 넘기면 1위에 오를 정도로 다수의 업체가 점유율을 나눠 갖는 혼전 양상이다. 삼성은 TV와 휴대폰에서 유럽 시장의 리더로 성장했듯 생활가전시장에서도 명품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본격화,2015년까지 이 분야 유럽시장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미카 인수는 TV와 휴대폰을 통해 축적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생활가전 컴퓨터 프린터 등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중 · 장기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