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경제의 기초체력이 위기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많다. 수출이 선방한 이면에는 무역의존도만 높아졌으며 서비스산업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낮지만 엄격한 의미의 실업률은 12%를 초과하고 있어 위기 극복 모드를 당분간 더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80.0%로 지난해의 92.3%에 비해선 낮아졌지만 2007년의 69.4%보다는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입총액을 실질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로 한 나라 경제가 무역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무역의존도는 2005년 64.6%,2006년 66.7%,2007년 69.4% 등으로 6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환율의 고공행진에다 휴대폰 LCD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의 선전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위기를 거치면서 외국시장에서 삼성 LG 현대차 등의 브랜드가 높아지고 있으나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서비스산업 육성을 외쳐왔지만 서비스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은 3분기 현재 58.9%로 지난해 전체 60.3%에 비해 낮아졌다. 서비스업 비중은 2005년 59.0%,2006년 59.7%,2007년 60.0% 등으로 높아지는 듯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추세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비스업의 위축은 고용에 직격탄을 날렸다. 취업자 수 증감폭을 보면 2007년 28만2000명,지난해 14만4000명에서 올 들어 11월 말까진 1만명 감소세로 반전됐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2007년 3.2%,2008년 3.2%,올 11월 말 현재 3.3% 등으로 대동소이한 편이지만 취업준비생,그냥 쉰 사람,구직 단념자 등을 모두 합친 사실상의 실업률은 급증 추세다. 사실상의 실업률은 2007년 11.3%에서 지난해 11.6%로 높아진 뒤 올 11월 기준으로 12.1%로 껑충 뛰었다.

물론 작년 말 20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이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지난달 말 2709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외화유동성은 급속히 개선됐다. 강두용 산업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외화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것 등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가 위기를 거치면서 체질이 개선했다고 볼 분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수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산업은 수출산업대로 독려하고 다른 한편으론 서비스산업 등 내수산업을 제대로 육성해 낸다면 외국의 시각처럼 우리 경제가 기초체력을 길러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출구전략이 본격 시행되면 부채가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점을 정책당국이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내수는 여전히 나쁜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준동/류시훈/박신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