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일본법인 소속 모니터팀은 2001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유일한 대형 모니터 거래선이었던 후지쓰 계열 유통업체가 더 이상 LG 제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매출이 반토막으로 떨어지자 LG전자 내부에서는 일본 모니터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일본은 어쩔 수 없는 외국 전자업체의 무덤"이라는 게 본사 임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일본법인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후지쓰를 대체할 만한 다른 대형 거래선을 뚫는 일이 여의치 않았다. 모든 재고 부담을 LG전자가 책임져야 하고 가격도 업계 평균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품을 받을 수 없다는 게 현지 유통업체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2005년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포기하고 대신 조립 PC전문점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LG전자와 전문점은 그동안 CD-RW 등 광디스크 제품만 거래해 왔었다. LG전자는 전문점 고객이 제품 사양과 기능을 줄줄이 꿰고 있는 PC 마니아들이라는 점을 감안,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들을 집중적으로 매장에 배치했다. 광디스크와 모니터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마케팅도 펼쳤다. 일본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을 만들고 신제품 출시도 한국보다 앞당겼다.

일본법인의 노력은 서서히 실적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전문점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지 PC시장의 무게 추가 대형 유통업체에서 전문점 쪽으로 옮겨왔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2006년 하반기 출시한 와이드 LCD모니터가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면서부터 상황이 더 나아졌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BCN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B2C(소비자 대상 거래) 모니터 시장에서 수량기준으로 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 1위 업체인 미쓰비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B2B(기업간 거래)를 합한 전체 시장에서도 8.2%로 4위를 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4%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1년 새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며 "소비자 대상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선두"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3분기 모니터 평균 판매가격은 264달러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