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6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파란눈의 삼성맨들'이 눈에 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삼성전자 외국인 임원들이다.

삼성전자 내에서 '스틸 상무'로 불리던 데이빗 스틸 북미총괄 마케팅팀장은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한단계 올라섰다. 그는 삼성전자의 첫 외국인 임원이기도 하다. 1997년 삼성그룹이 해외 우수 인력들을 모아 만든 컨설팅 조직인 '미래전략그룹'의 창립멤버로 영입돼 2002년 상무보로 승진했다. 스틸 전무는 TV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DM) 총괄 해외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면서 '보르도 TV'가 세계 LCD(액정디스플레이) TV 시장을 석권하는 데 기여했다.


또 지난해에는 북미시장의 휴대폰 마케팅을 담당하는 자리로 옮긴 뒤 삼성전자가 북미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선두로 뛰어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팀 백스터 북미총괄 CE(컨슈머 일렉트로닉스)부문 상무도 본사 전무로 올라섰다. 2006년 말 삼성전자에 합류한 그는 TV뿐만 아니라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홈시어터까지 북미시장 1위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규 임원이 된 존 레비 북미총괄 CE부문 TV담당 상무는 백스터 전무와 함께 팀을 이뤄 디지털 TV 1위 달성에 기여한 점을 평가받아 동반 승진했다. 또 필립 바틀레 프랑스법인 휴대폰 및 IT(정보기술) 담당 상무는 프랑스 시장에서 5년 연속 휴대폰 1위 자리를 지킨 공로로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았던 인물이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 책임자들을 본사 정규임원으로 선임함으로써 국적과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활용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6명의 여성임원을 발탁했다. 2003년 맥킨지에서 영입한 정성미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중장기 상품기획을 총괄하면서 여성의 감성을 가전제품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했다.

소비자학 박사학위를 가진 조은정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상무)은 소비자행동 이론을 마케팅에 접목해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으로 석 · 박사를 받은 박현정 삼성생명 상무도 전무로 진급했다. 한국일보 출신의 삼성물산 남대희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능력이 우수하고 회사 발전에 기여한 여성 인력에 대한 인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여성 인력에 대한 활용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초 삼성전자가 선보인 LED(발광다이오드) TV를 개발한 안윤순 상무가 승진하는 등 연구 · 개발 부문에서도 다수 발탁됐다. 안 상무는 일본 소니가 앞서 개발한 LED TV 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얇은 LED TV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성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전무는 세계 최초로 고해상도의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개발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