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범죄조직의 검은 돈이 대거 금융사로 유입됐다고 유엔이 밝혔다.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 사무총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 옵서버 최신호(13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신용경색이 심각하던 지난해 하반기 마약 거래 등으로 형성된 범죄조직의 자금이 대거 유입된 덕에 상당수 은행들이 파산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또 각국 수사당국과 검찰 추산 결과 유입 자금 규모는 총 3520억달러(409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코스타 사무총장은 “당시 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겪던 금융사 상당수가 검은 돈을 끌어와 위기를 넘겼던 사례들이 보고됐었다”고 전했다.범죄조직들은 금융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댓가로 위법하게 형성된 자금들을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세탁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범죄 자금이 금융사에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6월부터다.미국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에서 모두 검은 돈의 유입이 관찰된 것으로 알려졌다.유입 자금 가운데 상당수는 마약 거래 대금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이에 대해 영국 은행협회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한 것은 중앙은행의 자금 지원 때문”이라며 “코스타 총장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