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유럽 불똥…오스트리아 6위은행 국유화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 발칸반도 국가에 거액을 물린 오스트리아 6위 은행이 국유화됐다.

최근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 대규모 재정적자발 경제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국유화로 인해 동유럽 리스크가 또다시 부상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독일 주간 슈피겔 등은 14일 "오스트리아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국 은행 히포그룹알페아드리아(HGAA)를 국유화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을 국유화한 것은 2008년 코뮤날크레디트은행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0억유로(약 15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HGAA 지분을 100% 인수키로 했다. HGAA의 대주주인 독일 바이에른LB는 HGAA 보유지분 67.08%를 상징적인 가격인 단돈 1유로에 오스트리아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정부(지분 12.4%)와 오스트리아 보험사인 그라처벡셀자이티게보험(그라베 · 지분 20.5%)도 같은 가격에 HGAA의 지분을 포기했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LB는 HGAA에 이미 투입된 유동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8억2500만유로(12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채권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바이에른LB는 2007년 16억유로(24억달러)에 HGAA 지분 67.08%를 매입했다. 이번 조치로 23억유로(34억5000만달러)를 대손처리해야 하는 바이에른LB의 미하엘 케머 은행장은 이날 사퇴했다.

HGAA가 국유화되는 운명에 처한 건 지난 몇 년간 급속히 늘려온 발칸반도 주요국들에 대한 대출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 대한 대출자산 가치는 경제위기 이후 바닥을 모른 채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HGAA 측은 최근 "대출 부실 등으로 올해 10억유로(15억달러)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바이에른주 총리는 바이에른LB의 HGAA 매입가격과 자본금 등을 따져봤을 때 바이에른LB의 손실이 최소 30억유로(45억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관련 손실이 60억유로(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HGAA의 부실이 독일어권 중견 은행들의 연쇄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재정 기반이 취약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방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유럽 대출자산이 부실화되면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독일 은행인 베스트LB는 지난달 정부에 추가 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며 HSN노르트방크,LBBW,바이에른LB 등도 정부에 긴급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스트리아 은행들도 동유럽에 총 2000억유로(3000억달러)를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제프 프뢸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HGAA가 파산위기에 몰리는 등 은행업계가 최근 10년래 최악의 사태에 직면에 긴급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FT는 "우니크레디트나 에어스테그룹 등 오스트리아 '톱3' 은행들은 재정이 건전한 상태"라면서도 "중동부 유럽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