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적인 불황에도 국내에서는 2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정도로 '명품시계 열풍'이 불었다. 상반기 고환율로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소비심리 회복 속에 '롤렉스' '태그호이어' 등 인기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 국내 소비자들의 손목을 가장 많이 채운 명품시계는 무엇일까.

◆최고 신장률 기록한 태그호이어

14일 백화점 ·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태그호이어'가 꼽혔다. 매출이 44% 급증,국내 론칭(2004년) 이래 최고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고무돼 태그호이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독 매장을 지난 9월 서울 청담동에 열기도 했다.

태그호이어 제품 중 300만원대 '카레라 타키크로노'가 가장 많이 팔렸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

국내 판매업체인 명보교역 측은 "태그호이어가 수천만원짜리 모델들도 내놓지만 명품시계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남성들이 주로 찾는 게 '카레라' 모델"이라며 "면세점의 내국인 구매한도(3000달러)를 넘지 않아 특히 면세점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들 사이에 루이비통 '스피디 백'이 처음 갖는 명품으로 변함없이 선호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올 1~11월 백화점 '빅3'(롯데 · 현대 · 신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저스트'였다. 이 시계는 국내 롤렉스 매출의 70%를 차지하며 결혼예물로 인기를 모았다. 여대경 롯데백화점 시계MD(상품기획자)는 "롤렉스는 럭셔리 시계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고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포츠 라인까지 다양해 고객층이 넓다"고 설명했다.

2위 까르띠에 '발롱 블루 스틸'은 고객 확대를 위해 내놓은 '스틸' 소재의 신모델이다. 명품시계 '엔트리(입문) 고객'과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았다. 이어 불가리 '불가리-불가리 콤보',IWC '포르투기스 크로노그래프',오데마피게 '로열 오크'가 뒤를 이었다. 샤넬 'J12',위블로 '빅뱅',오메가 '컨스텔레이션'도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고환율과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브레게 · 바쉐론콘스탄틴 · 오데마피게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수억원대 초고가 시계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6월 11억원에 달하는 오데마피게 '로열 오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 팔려나가 국내 최고 판매가로 기록됐다. 내년에도 경기 회복을 겨냥해 스와치그룹이 독일 '글라슈테 오리지널'을 선보이는 등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