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고통' 즐기는 헤지펀드들
'남의 불행이 나에겐 행운.'

유럽 각국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몇몇 헤지펀드들은 고수익을 거두며 표정 관리에 애쓰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적자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데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해 고수익을 거둔 헤이먼캐피털이 대표적이다.

헤이먼은 올해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국가부채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거액을 관련 상품에 투자했지만 유럽 금융시장이 호전되며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주식 등에 투자한 다른 헤지펀드들이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힘입어 올해 평균 20% 정도의 수익을 거둬 헤이먼의 손실은 더 뼈아팠다. 하지만 지난 7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떨어뜨리면서 헤이먼의 분위기는 "올해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다"고 할 정도로 바뀌었다. 며칠 새 그리스 국채값과 주가가 폭락하고 그리스 국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가 치솟으면서 헤이먼은 거액을 벌었다. 그리스 국채 5년물의 CDS 가산금리는 지난달 10일 1.46%포인트에서 10일 2.25%포인트로 급등했다.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7일부터 10일까지 4일 동안 1.38%포인트 뛰었다(국채값은 급락).

2년 전부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채 CDS를 사들여왔던 발레스트라 캐피털도 고수익을 거두고 있다. 발레스트라는 CDS 가산금리가 급등하자 보유 중이던 CDS 상품을 팔아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발레스트라 임원인 노먼 커크는 "마침내 국가부도 위험이 테이블에 올랐다"며 "두바이에서 시작된 디폴트(부도) 우려가 이제 그리스를 거쳐 라트비아나 동유럽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CDS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 채권이나 주식의 풋옵션(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사들였던 펀드들도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영국계 노스애셋 매니지먼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값 하락(수익률은 상승)에 베팅했다. 노스애셋의 애널리스트인 조지 파파마카키스는 "이들 국가의 금융주가 폭락할 것"이라며 "주가 파생상품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부터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국채 위기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온 칼 조지 피봇 캐피털 펀드매니저는 "재정적자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규모 국채 발행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