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발표한 `2010년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위기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이 미흡하긴 하지만 민간분야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성장률이 높은 것은 올해 수준이 낮은데 따른 상대적인 현상이라면서 전세계적인 출구전략이 시작되는 만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 한층 밝아진 경제전망


연간 경제성장률은 올해 0.2%에서 내년에 4.6%로 크게 점프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이 정도의 성장률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위기전 연도별 성장률은 2004년 4.6%, 2005년 4.0%, 2006년 5.2%, 2007년 5.1%, 2008년 2.2%이었다.

전기대비 성장률도 올해 4분기 0.3%, 내년 상반기 0.7%, 하반기 1.1% 등으로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이 5개월전인 지난 7월에 내놓은 전망치보다 훨씬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한은이 당시 제시했던 성장률은 올해 -1.6%, 내년 3.6%였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위기이전 수준인 5.0% 안팎에 접근하는 것"이라면서 "내년 경제가 예상대로 간다면 상당히 점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특히 민간분야 성장동력이 복구될 것임을 강조했다.

민간소비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올해 4분기 0.2%에서 내년 상반기 0.6%, 하반기 1.0% 등으로 점점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는 올해 0.3%에서 내년 3.6% 성장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설비투자의 성장률은 내년에 11.4%로, 올해의 -9.6%에 비해 크게 성장하고 상품수출도 -0.1%에서 9.3%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 고용은 여전히 부진


그러나 고용은 내년에도 위기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취업자수 증가인원(전년동기대비)은 17만명으로 올해의 -7만명보다 개선된다.

실업률도 올해 3.7%에서 내년에는 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은의 이런 예측은 지난 7월의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한은의 내년도 전망치는 취업자수 증가인원 14만명, 실업률 3.5%였다.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낙관적인 수준으로 고쳤으나 취업관련 지표는 거의 그대로 뒀다.

내년도 취업자수 증가인원 17만명은 위기전인 2006년 29만5천명, 2007년 28만2천명에 비해서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전통서비스업의 고용 능력이 떨어진데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소매.음식숙박업에서 대형화.전문화가 진전되면서 영세업체의 퇴출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이미용업.목욕업.세탁업.가사서비스업.개인택시업 등 개인서비스업도 고용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위기 탈출..방심은 금물"

전문가들은 한은의 긍정적인 경제전망과 관련, "금융위기의 비상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벗어난다는 의미"라고 평가하면서도 수치에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실물경제가 안정을 되찾겠지만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성장률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올해 낮은 성장률에서 비롯되는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한은은 전기대비 성장률이 상반기 0.7%에서 하반기 1.1%로 높아진다고 전망했는데, 성장률을 양보하고 출구전략을 선택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상저하고'의 지속적인 경기 상승 국면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도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갭'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투자와 고용은 위기로 인한 감소분을 일부 만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ㆍ유가ㆍ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현상'을 걱정했다.

오 실장은 "원화가치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다면 수출 부진 등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국제유가 급등과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도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의 회복세가 위축되거나 금융불안이 재발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단기성 외화자금 유출입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따라서 내년에도 경기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갈 수 있는 힘은 예전에 내부 관리를 잘해놓은 덕분"이라며 "다시 외부에서 충격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가계부채나 중소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