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출구전략'과 관련해 "통화정책 특성상 지표를 통해 모든 것을 확인하고 행동에 옮기면 늦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문답.

--11월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위험요소가 될까.

▲지난달 은행 대출이 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추세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연말을 앞둔 은행 영업점의 실적 평가와 조금 연결이 돼 있다.

신용을 제공하는 은행 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것 같다.

여러 달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상당히 많이 늘어 있다.

가계가 매월 부담하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만만치 않다.

경제가 커지니까 신용규모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많이 늘어난 가계신용이 앞으로 계속 크게 늘어나서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때때로 주의를 환기하는 이유가 한편으로는 자산가격의 불안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요인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경계할만한 일이라는 측면도 있다.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확장한 게 통화정책에 어떤 변수가 될까.

▲3%±0.5%포인트에서 3%±1.0%포인트로 늘린 것에 대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0.5%포인트라는 상하 변동폭이 너무 좁아 상하로 이탈할 경우가 더러 생길 수 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이 더러 있었다.

이를 중앙은행이 별로 관심도 없고 조치도 안 한다고 국민이 생각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범위 내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금융완화나 긴축 정책을 쓸 필요성이 적은 구간으로 보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혹자는 범위가 넓어져 앞으로 통화정책을 금융완화 쪽으로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데, 이 문제는 당장의 통화정책 기조와는 전혀 관련 없다.

--물가목표 상한선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

▲물가를 3%±1%포인트로 잡은 것은 3% 근처에서 물가 상승률이 움직이는 게 우리 경제로 봐서 가장 적정 조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가가 1~2개월만에 갑자기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물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6개월에서 1년간 상당 기간 관성이 생긴다.

예컨대 상한선이 4%라면 3.9%까지 올랐을 때 대책을 강구하면 이미 늦다.

통화정책은 그렇게 될 수 없다.

상한선 가까이 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상한선 넘는 것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4% 가까이 갈 때까지 한국은행이 안심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선 안 된다.

아직 수요 쪽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물가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당분간 작용할 것이다.

물론 원유가격 등 공급 쪽에서 오는 압력은 충분히 가격에 전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가를 올리는 요인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물가를 올리고 내리는 압력을 모두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3%를 뚫고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통화정책에서는 문제가 이미 발생한 뒤에 대책을 쓰면 늦다.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걱정하는 부분도 지표로서 모든 것을 확인하고 행동에 옮기면 늦다는 게 통화정책의 특성이다.

작년 10월 이후 올해 2월까지 비정상적 조치는 갑자기 헬리콥터로 하늘에서 툭 떨어뜨린 상황이다.

재정정책도 통화정책도 하늘에서 투하한 것이다.

하지만 나갈 때는 헬리콥터로 들어서 나갈 수는 없다.

출구는 단선적인 게 아니다.

문밖으로 나간 것은 모든 경제가 정상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문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 있다.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가려면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문 근처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정상화 시기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이동해서 빠져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6개월~1년 시차를 봐야 하고, 들어올 때는 갑자기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갑자기 나갈 수는 없다.

--고용 부진이 출구전략에 부담되나.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에 비해 고용이 회복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래서 정부의 임시적 일자리 대책으로 겨우겨우 아직까지 꾸려나가는 상황이다. 1997~1998년에 고용이 갑자기 줄었는데, 그때 수많은 기업들이 영세기업을 중심으로 사라졌다. 이번에도 영세 자영업자 쪽에서 고용 감소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용형태별로는 임시일용직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미돼 있다. 평상시 경기가 괜찮을 때는 그럭저럭 버텨 나가는데, 경기가 나빠지면 약한 부분부터 타격을 받는다. 영세 자영업종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2008년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그쪽부터 심한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이 말은 곧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그 부분에서 사라졌던 일자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소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경기적인 측면에서 줄어든 고용은 경기가 나아지면 어느 정도 살아나니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충분히 고려돼야 하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줄어든 고용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정책은 너무 늦고 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구조적 고용문제는 구조적으로 풀어야지 경기대책만으로 풀려다 보면 엉뚱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원래 고용은 상당히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다. 경기가 조금 좋아진다고 그 정도에 맞춰 동시적으로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률 5%와 기준금리 2%가 얼마나 같이 갈 수 있을까.

▲대체로 내년 성장률 전망이 4~5%로 나오고 있는데, 현재 물가 상승률이 2.4%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3%를 넘는 상황에서 보면, 2%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은 상황이다. 5% 성장률은 분기마다 1% 이상씩 성장한다는 것인데, 그게 거의 확실해지면 2%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다. 우리는 5%라는 성장률이 정말 확실해지는지, 실적으로 보겠다는 게 아니라 전망을 통해 그게 정말 확실해지는지 봐야겠다.

또 하나, 2% 기준금리를 5% 성장률과 3% 물가 상승률에 맞도록 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음에 갈 수는 없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균형잡힌 기준금리로 갈 것이냐는 경로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1년 후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분기 1% 이상 성장하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3% 근처에 있다면 기준금리 2%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실제로 되느냐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경제가 움직일 때 기준금리를 어떤 과정을 거쳐 점점 정상화하느냐다. 통화정책이 경기를 살리는 데 당분간 초점을 맞춘다고 했지만, 그게 금리가 꼼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균형잡힌 기준금리로 가기 전까지 금융은 계속 완화적이라고 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정상화할 수는 없다.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