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민간의 예상보다 다소 높은 5% 선으로 수렴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보다 높은 5.5%를 제시했을 뿐 민간연구소들의 전망보다 높은 수준이다.

윤증현 장관 취임 이후 성장률 전망에서는 다소 신중한 모드를 보여온 것을 감안할 때 다소 높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국내외 경제여건 호전 등을 감안할 때 5%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세계경제의 흐름이 아직 완연하게 회복세를 탔다고 보기는 힘들어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5% 성장을 하더라도 올해의 부진을 감안하면 수년간 평균 성장률은 3%도 안되는 수준이어서 너무 화려하다는 평가를 할 필요도 없다는 분석이다.

◇5% 내외 성장률..민간보다 높아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5%로 전망하는 배경에는 올해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이 상당부분 작용했다.

경제상황이 썩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워낙에 타격을 받다보니 내년에는 조금만 회복되도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다.

KDI가 5.5%를 예상하면서 내놓은 근거도 '전분기대비 1%씩만 성장해도 연간으로 계산하면 이만큼이 된다'는 것이었다.

올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2.9% 성장할 정도로 회복세가 강한데 앞으로 매분기 1% 성장을 못하겠느냐는 설명이다.

경제가 한창 좋을 때는 오히려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타나지만 요즘처럼 안좋을 때는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 않아도 성장률은 높게 나올 수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KDI 전망처럼 분기별 1%씩은 힘들다고 봐도 5% 안팎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지만 세계경기도 회복세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성장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침체됐던 세계경제가 중국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선진국들도 리스크가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보다는 기운을 차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성장률은 다른 여러 변수들과 맞물려 나올 수 밖에 없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차원에서의 교역량 증가는 여러가지 면에서 경제에 활기를 띠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의 경우 환율이 낮아지고 소득이나 고용상황이 개선되면 5% 가량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세가 세계경기 회복에 맞춰 유지될 것이지만 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흑자규모는 150억 달러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불안요인 여전..곳곳 지뢰밭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되더라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5%대 성장률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0%대를 감안하면 2년간 평균 성장률은 연간 2~3%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이전 4%대 성장률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의 배경에는 내년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다.

지난해 무역의존도가 92.3%에 달할 만큼 교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입장에서 세계경제의 회복이야말로 위기탈출과 성장률 상승의 전제조건이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조심스럽다.

세계통화기금(IMF)은 올해 -1.1%인 세계경제 성장률이 내년 3.1%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두바이 사태에서 보듯 위기요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잠시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기를 맞는 더블딥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경제도 최근 들어 민간의 회복세가 움트고 있으나 투자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고 소비와 수출입 역시 이제 막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징후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된 고용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부분을 제외하면 전년에 비해 20만~30만명이 더 줄어든 상태인데다 내년에도 획기적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국제유가 역시 연구기관들이 대체로 배럴당 80달러 내외를 점치고 있으나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가 10% 오를 경우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자생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큰 숙제"라며 "위험정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세계경제 회복지연 가능성, 자산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등 불안요인이 여전한 만큼 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류지복 심재훈 기자 satw@yna.co.krjbryoo@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