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은 3일 금리 인상 등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 "당분간 기존의 매크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UBS 코리아 주최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09 CEO(최고경영자).CFO(최고재무책임자) 포럼'에서 정부의 출구전략에 대한 질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음 주께 내년 경제운용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출구전략과 관련한 정부의 기조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은행에 대한 글로벌 자본규제에 대해서는 "금융안정위원회(FSB)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며 "국내 은행들은 다행스럽게 기본자본 비율이 10%를 웃돌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도 평균 14%에 이르기 때문에 비교적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이 자본규제를 받으면서 어떻게 성장할지가 숙제"라며 "이런 점에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성장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오찬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기관에 대한 대외채무 지급보증 연장 여부에 대해 "내년 경제운용 방향이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또 난항을 거듭하는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한마디로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오찬 연설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은 금융시장이 개방돼 있고 수출 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대외 충격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으며, 특히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금융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금융회사의 건전성, 특히 외환 부문의 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이 기초 경제 여건 이상으로 과도한 충격을 받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 경험으로 인한 일종의 '낙인효과(stigma effect)'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외국 언론과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부정적 시각을 가졌고, 이것이 부정적 평가로 이어져 위기를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위기 이후에 대해 그는 "금융산업의 비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염두에 두면서 금융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국내 상장기업 임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