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쇼크가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두바이 증시는 1일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급등세를 보였다.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두바이월드가 채권단과 260억달러 규모의 채무재조정에 들어가면서 큰 위기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등은 이날 채권단을 대표해 두바이 측과 채무재조정을 협상할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두바이 채무조정이 글로벌 은행이나 중동지역 외 국가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또 "글로벌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럽 은행들의 노출이 한정돼 있어 두바이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무재조정에 들어간 260억달러 중 글로벌 은행들의 노출액은 절반 정도로 개별 은행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도 이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통치자는 "언론이 두바이월드의 부채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며 "우리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셰이크 칼리파 빈 자에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도 "UAE 경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온 '이슬람 금융'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르는 이슬람금융은 그동안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디폴트시 우선변제 순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오는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의 이슬람채권(수쿠크) 35억달러어치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복잡한 법적 문제 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