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축하합니다~ 퇴원 축하합니다~ 인기의 퇴원을,축하합니다~!!"

지난달 25일 고려대 구로병원 8층의 작은 다목적실.조인기군(17)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자 김우진 사장을 비롯한 LIG손해보험 직원 10여명이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며칠 전 척추측만증 교정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앞둔 조군을 축하한 것.직원들이 마련한 마술 퍼포먼스가 끝나고 마술사가 '펑' 소리와 함께 게임기를 선물로 주자 조군의 눈엔 굵은 이슬이 맺혔다.

척추를 감싸는 근육이 퇴화하면서 척추가 휘어 10여년 동안 방안에서 누워서만 지낸 조 군에게는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었다. 혀와 입 주변 근육도 힘을 잃어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지만 "고맙습니다"라는 입모양으로 연신 감사함을 표시했다. 김 사장이 이런 조군에게 손수 장만한 털모자를 씌워주었다.

"허리가 90도로 휘어져 휠체어도 못 타고 누워서 생활해 왔는데,앞으로는 휠체어에 반듯하게 앉아서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수술을 집도한 서승우 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하자,모여 있던 LIG희망봉사단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뒤따랐다.

◆희망을 바로 세우다


조군은 LIG손보 후원으로 척추측만 교정수술을 받게 된 43번째 환자다. 근육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선천성 난치질환 '근이영양증'을 지니고 태어난 조군은 성장하면서 올곧아야 할 척추가 조금씩 휘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상체를 펼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상태가 악화되면서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걸을 수 없게 됐고,얼마 뒤에는 앉아서 지내는 것마저 포기해야 했다.

교정 수술을 받기 위해 필요한 돈은 500만원 수준.조군 아버지는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자유롭지 못했고,어머니는 7년 전 가출해 정부 지원금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조군에겐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LIG손보는 지난 10월 이 같은 조군의 사연을 듣고 수술비와 입원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군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휘어진 척추와 갈비뼈가 자칫 장기를 압박해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10월29일 입원한 조군은 다음 날인 30일 곧장 교정수술을 받았다.

퇴원한 조군에게는 갈 곳조차 마땅치 않았다. 그동안 조군을 돌봐온 할머니가 몸이 아파 고모집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김우진 사장은 이 같은 사연을 듣고 조군이 퇴원 후 몇 달간 지낼 장애인 시설을 물색해 비용도 지원하기로 그 자리에서 선뜻 결정했다.

◆십시일반의 힘,LIG희망나눔기금


LIG손보는 지난 2년 동안 조군처럼 척추측만증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수술비용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온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고 있다. 수술비는 'LIG희망나눔기금'에서 나온다. 이 기금은 LIG손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돈으로 조성된다. 직원들은 1000원에서 2만원까지 월급에서 떼어서 기금에 낸다. 임원들도 5만~10만원을 기부한다. 회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매칭 그랜트' 제도를 도입했다. 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회사도 같은 금액을 기부한다.

2007년 9월 출범한 'LIG희망나눔기금'엔 현재 80%가 넘는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연간 조성되는 돈은 3억3000만원에 달한다. 박주천 LIG손보 사회공헌사무국장은 "처음엔 어렵게 모은 기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던 중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조군처럼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4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휘어진 척추가 심장과 위,간 등을 압박하기 때문에 이들의 평균 수명은 30세가량에 불과하다.

매달 5000원씩 기부한다는 한 직원은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보내온 감사편지를 봤는데 삐뚤삐뚤한 글씨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편지를 읽다 보면 더 열심히 살고,더 열심히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좋은 일을 하다보면 내 자신이 행복해진다"며 "이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좀 더 열심히 나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LIG손해보험은 앞으로 'LIG희망나눔기금' 규모를 늘려 척추측만증 아동의 의료비뿐 아니라 무료 검진 사업과 예방 사업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척추측만 아동을 지원하는 기업은 LIG손보가 유일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