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기적'을 일궈냈다는 찬사를 받아온 두바이 지도층의 권위가 최근 두바이 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을 계기로 흔들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두바이에서 지도층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돼 왔지만 경기침체에 결정타를 먹인 이번 사태를 맞아 위기를 초래한 지도층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바이 월드의 술탄 빈 술라이엠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재정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이 그간 두바이의 기적을 이끈 지도자로서 누려온 명성도 퇴색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랍에미리트(UAE)인은 "(셰이크 모하메드에게는) 앞으로 항상 채무상환 실패의 먹구름이 따라다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등하는 내부 비판에 직면한 두바이 지도층과 현지 언론은 서방 언론이 위기를 과장하고 부추기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도 최근 은행가들의 모임에서 두바이와 아부다비 관계의 밀접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닥치라"고 말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두바이 영자지 칼리즈 타임스는 "두바이의 위기에 대해 냉소하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서방 언론에 대한 반격"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두바이에서 1930년대 나타났던 민주주의 요구가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분위기는 분명히 예전과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