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세계 주요 기업들이 한 분야 사업에만 집중하던 트렌드에서 벗어나 원료에서부터 제조,판매,유통을 아우르는 이른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지난 수십년동안엔 ‘전문화’가 효율성과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각광받아왔다.이같은 ‘전문화’ 바람으로 철강업체들이 1980년대에 광산 부문을 매각했고,1990년대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부문을 잇따라 분사시켰다.정보기술(IT)업체들도 한 업체가 컴퓨터 칩과 저장장치,소프트웨어,컴퓨터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했다.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례를 살펴보면 구매와 공급의 수직선상에 놓여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라클이 선마이크로를 인수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컴퓨터 부품등을 아우르는 기업을 만들려하는 게 대표적이다.세계 최대의 PC업체인 휴렛팩커드(HP)는 지난해 IT 네트워크 기업인 일렉트릭 데이터 시스템즈(EDS)를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킹업체인 쓰리콤(3COM)도 사들였다.델도 최근 기술서비스 업체인 페롯시스템즈를 샀고 애플은 지난해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P.A.세미를 인수했다.

보잉은 지난 2년간 787드림라이너 제트기의 부품을 만드는 합작업체의 지분 50%와 공장을 인수했다.GM은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위해 1999년 분사시켰던 델파이의 조향 장치 부문과 공장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아르셀로 미탈은 급변동하는 철광석 가격에 대처하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의 광산을 잇따라 사들였다.음료업체 펩시코도 유통부문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펩시보틀링과 펩시아메리카스를 인수했다.

해롤드 서킨 보스턴컨설팅 운영전략부문 글로벌헤드는 “(경영 전략의) 시계추가 ‘분해’에서 ‘통합’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불안정한 원자재값,협력업체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필요성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