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66)의 외아들 정용진 경영지원실 부회장(41)이 그룹 핵심인 ㈜신세계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내정돼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구학서 부회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맡아온 총괄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회장으로 승진,정 부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조언자에서 최고경영자로

정 부회장은 신세계 2대 주주로 7.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17.30%,동생 정유경 상무가 2.52%이다. 정 부회장은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5년 27세에 신세계 이사대우로 입사,경영지원실에서 상무 부사장 부회장을 거쳤지만 공식 보직을 맡고 등기임원에 등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뒤 중국 이마트 사업과 PL(자체상표) 사업 등에 열의를 보였지만 그룹 경영에선 '조언자'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론 경영전권을 쥔 경영자로 홀로서기를 시도하게 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정 부회장의 경영역량이 회사 운영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총괄 대표를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년에 단 한번 그룹 정기 임원인사만 결재한다.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37)도 신세계 부사장으로 2계단 승진,최고경영진에 합류했다.

이로써 유통업계 '빅3'는 모두 '오너(2~3세) 경영' 체제가 됐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경영을 이끌고 있고,현대백화점도 2007년 말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 정지선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젊어진 신세계 공격경영 나설 듯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서 창사 이래 최대인 48명을 승진시키고,대표이사 12명 중 4명을 교체했다. 이마트 대표에 최병렬 신세계푸드 대표(60),백화점 대표엔 박건현 센텀시티점장(53)을 각각 내정했다. 신세계푸드 대표에 정일채 백화점부문 부사장(56),조선호텔베이커리 대표에는 배재봉 경영지원실 상무(52)가 각각 승진했다. 50대 전문경영인이 대거 발탁된 것이다. 이들은 내년 주총이나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이번 인사에선 '정용진 체제' 출범과 함께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다. 특히 구 부회장과 함께 신세계를 이끌어온 창업공신인 이경상 이마트 대표와 석강 백화점부문 대표가 동반 퇴진했다. 대신 현장경험이 풍부한 영업통인 최병렬 대표와 박건현 대표가 전진배치돼 향후 신세계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예상되고 있다.

'맛의 달인'으로 알려진 최 대표는 고졸(목포고)로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오너 일가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1998년부터 6년간 이마트 판매담당을 맡았다. 박 대표는 20년 이상 일선 매장에서 뛰며 광주점장과 죽전점장 본점장 등을 지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