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그때그때 달라지며 전망과 예보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불과 두세 달 전에 내놓은 전망치가 틀리기 일쑤였고, 지난 1년간에 내놓은 기관별 전망치를 봐도 정부나 민간연구기관, 국제기구를 막론하고 고점과 저점 간 변동폭이 4~6%포인트나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좀 심했다는 지적과 함께 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전망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쑥스러운 전망치..고쳐도 또 틀려
전망치 추이는 기관별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금융불안에 이어 실물경제 침체로 번지자 성장률 하향이 줄을 이었고 올해 2~4월에 바닥을 이룬 뒤 6월을 지나면서 상향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작년 11월을 전후한 시기에는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경기 하향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고 지난 2~4월에 가장 낮은 전망치가 나왔다.

이 기간의 기관별 고점과 저점 전망치의 차이는 많게는 6%포인트, 적게는 4%포인트대였다.

기관에 따라 대략 5%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작년 11월3일 수정예산을 낼 때 4%, 12월16일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3% 내외로 예상한데 이어 지난 2월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2%로 확 깎았다.

고점과 저점 차이가 6%포인트였다.

그 후 6월25일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1.5%로 0.5%포인트 상향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감 답변에서 "-1%와 0% 사이가 될 것"이라고 했으며 같은 달 26일 재정부는 "-1%보다는 -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며 플러스 성장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기관도 국책이나 민간 할 것 없이 비슷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3%(작년 11.12)에서 0.7%(올해 1.21), -2.3%(5.14)로 내리고 다시 -0.7%(9.8), 0.2%(11.22)로 올렸다.

삼성경제연구소도 3.2%(작년 11.27), -2.4%(올해 2.11), -0.8%(9.16), 0.2%(11.26) 등으로 변했다.

두 기관 전망치의 변동폭은 똑같이 5.6%포인트였다.

상대적으로 다른 기관에 비해 전망치를 늦게 내놓는 한국은행은 변동폭이 4.4%포인트로 가장 적었다.

작년 12월12일 2.0%에서 올 4월10일 -2.4%로 내린 뒤 7월10일 -1.6%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춤을 췄다.

작년 10월8일 3.5%로 낮춘데 이어 2.0%(11.24), -4.0%(2.3)까지 끌어내린 뒤 -3.0%(7.7), -1.8%(8.9), -1.0%(10.1)로 상향했다.

머지않아 추가로 올려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급변 탓..예측력 제고 목소리도
올해 전망치는 0% 안팎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0%대보다는 0%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말 3분기 성장률 실적치가 전기 대비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2.9%로 발표된 이후 나타나는 흐름이다.

'성장률 서프라이즈'로 불린 3분기 실적은 1~3개월 전에 나온 전망치마저 틀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오보가 속출하게 된 것은 국내외 경제 상황 탓이다.

전망에 고려할 회복속도와 불확실성이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편차를 벌렸기 때문이다.

하방 변수가 전망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실적이 나오면 전망치를 다시 깎아내렸고, 예상보다 좋은 성적이 확인되면 성장률을 올리는 양상이었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예년보다 전망치를 자주 수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급변했다는 얘기"라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IMF 같은 국제기구의 전망치가 오르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연구기관 전망치에는 정부 눈치보기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불과 2~3개월 뒤를 내다본 전망치도 과녁을 벗어나게 된 데에는 예측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반증이라고 지적도 적지 않다.

내년 전망치는 기관별로 온도차가 난다.

4%대는 물론 5%대도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내년 성장률을 4.4%로 봤고 KDI는 지난 22일 5.5%,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6일 4.3%로 각각 전망한 것이다.

정부도 내년 전망치를 지난 9월말 내놓은 4% 안팎에서 추가로 올릴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장률 전망치가 틀린 점에 비춰 내년에도 신종 플루 변수,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사태의 여파, 유가, 환율 등 변수가 적지 않아 올해만큼은 아니더라도 또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기자 satw@yna.co.kr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