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세계 경기침체 속에 2009년 올해 한국 경제를 이끈 것은 단연 수출이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보다 수출액 자체는 14%가량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여타 선진국이나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적표를 내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울러 4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흑자는 연초 한때 '제2 환란' 우려까지 낳으며 요동치던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 '불황형 무역'속 사상최대 흑자. 세계 9위 예상 = 달러화를 기준으로 본 올해 수출입 실적을 평가하면 1998년 이후 11년만에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수출이 딱히 호조라고 보기는 어렵고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수입 수요가 급감해 대폭의 흑자를 냈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7% 줄어든 2천940억 달러, 수입이 31.5% 감소한 2천602억 달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의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량기준으로 본 수출은 6월부터 작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9월까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원화 약세가 달러표시 가격을 낮춘 덕에 수출물량이 늘어난데 힘입어 원화표시 수출액도 올해 들어 9월까지 340조1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9% 증가했다.

달러화 표시로도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수출 감소율이 가장 낮았고 특히 6월부터는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세계의 공장' 중국보다도 낮은 수출 감소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를 능가하는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세계 각지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이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작년 2.65였던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올해 3%에 도달하는가 하면 지난해 49.6%였던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한국 점유율은 올해 2분기 61.0%까지 치솟았고 LCD 역시 지난해 2분기 44.5%에서 올해 2분기는 55.4%까지 상승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올해 수출은 3천620억 달러로, 지난해 12위였던 세계 수출순위에서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고 처음 9위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수입은 작년보다 26.3% 줄어든 3천21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어 무역흑자는 '불황형 흑자'의 원조였던 1998년(390억 달러)보다 더 큰 4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 對中교역, 수출 '일등공신'..對日적자 줄었지만 수출도 급감 = 올해 상대적 수출호조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호조였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이미 9월 작년 동기대비 3.4% 증가로 돌아선 뒤 10월에는 9.5%까지 상승했다.

대중 무역흑자도 올해들어 10월까지 255억1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40억4천만 달러)보다 크게 늘어나 한동안 진행됐던 대중교역 흑자축소 추세를 되돌렸다.

대중 수출 최대 효자품목은 LCD로, 중국 정부가 내수부양을 위해 채택한 가전구입 보조금 정책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으로 TV와 휴대전화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지난해 연간 66억3천만 달러였던 수출규모가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만 99억3천만 달러에 달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전반적 수출 감소세에도 수출이 증가하는 품목은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될 제품의 중간재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LCD와 휴대전화 부품, 자동차 부품, 선박용 엔진 등 수출이 증가하는 품목은 상당부분 유명 한국 브랜드의 완제품에 소요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일본과의 교역은 만성적 무역역조가 대폭 줄어든 점은 다행이었지만 수출의 부진이 더욱 심각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올해들어 10월까지 대일 수출은 17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나 급감해 같은 기간 전체 수출 감소율(19.7%)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의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급격하게 가라앉으면서 10월까지 반도체 수출이 27.1% 줄어든 것을 비롯, 석유제품(-47.3%), 철강(-46.8%), 평판 디스플레이(-41.8%) 할 것 없이 주요 품목이 일제히 맥을 추지 못한 것이다.

10월까지 무역적자가 233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 줄었지만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적자 축소가 아니라 국내 수입 감소에 따른 적자 축소라는 분석이다.

무협 측은 "소비재 분야를 중심으로 대일 수출을 늘리기 위해 판매, 유통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일본시장 트렌드 및 소비자 기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내년 수출 4천억弗 회복전망..'출구전략'이 변수 = 내년 수출전망은 올해보다는 한층 밝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1%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올해보다 높아지고 올해 성장률이 -3%대까지 추락할 전망인 선진국들이 내년 1.3%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선진국 수입수요가 늘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천100원대가 되면서 원화 약세 특수가 사라질 전망인데다 올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에 기여했던 원유값도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배럴당 80달러(두바이유 기준)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은 "세계 경기의 회복세 전환과 자원부국들의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내년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로 복귀할 전망"이라며 내년 수출을 올해보다 13.3% 늘어난 4천100억 달러선으로 예측했다.

또 경기회복 기대감 속에 자본재 등의 수요가 늘면서 수입은 올해보다 19.6% 증가한 3천850억 달러선에 이르면서 250억 달러 안팎의 무역흑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