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직접 타격 미미..간접 영향이 관건

두바이 정부 소유의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나 영향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직접적인 채권 규모가 크지 않아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두바이 사태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두바이에 직접 투자한 금액이 많지 않아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리먼 사태도 처음에는 위기감이 크지 않았다가 점차 커진 사례가 있어 혹시라도 두바이발 악재가 같은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접 영향 크지 않다
우리 건설업체나 금융기관들이 두바이에 투자하거나 사업에 참여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바이에 대한 직접 투자금액은 8천800만 달러로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바이발 악재가 터진 전날 우리 증시가 그리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유럽의 은행들이 두바이에 많이 진출해 있고 이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럽 증시가 폭락했고 그 영향이 하루 늦게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 휴가여서 증시가 열리지 않아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두바이가 중동의 작은 나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점에서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늘날 금융은 세계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두바이에 투자한 자금은 세계적으로도 크지 않기 때문에 리먼 사태 때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두바이 건은 갑자기 터진 것도 아니고 그동안 말들이 계속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잠복해 있는 것보다는 털고 넘어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유럽지역 피해가 관건
우리나라가 두바이 사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많이 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해금액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단 미국보다는 유럽이 중동지역 투자가 활발했다는 점에서 피해도 유럽 등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동구권 국가들의 유동성 위험 때문에 피해를 봤다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에 또 피해를 볼 경우 회복기가 오래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는 "위험국을 중심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경기가 하강했다가 천천히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늘 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두바이월드의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채권단이 수용할 경우 전세계적인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에 HSBC 홀딩스, 바클레이스 등 외국 금융기관들도 포함돼 있지만 아부다비 상업은행, 에미리트 NBD PJSC 등 UAE 금융기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7개 자치정부로 이루어진 UAE가 자국의 금융.부동산 허브역할을 도맡아 하던 두바이 최대 공기업의 위기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두바이의 경우 원유가 거의 나지 않지만 UAE 수도인 아부다비는 전세계 원유매장량 3위의 산유국으로 외부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갖고 있는 익스포저는 528억 달러 수준이다.

익스포저는 대출금,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이 가운데 전체 UAE에 대한 것이 2억2천100만달러, 두바이에 한정하면 8천800만달러, 두바이월드에 대한 것은 3천200만 달러다.

이렇게 보면 두바이 사태를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아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심리적인 위축이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다소 엇갈린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두바이 사태는 기본적으로 중동에 국한된 문제로, 미국처럼 글로벌한 시스템 리스크로 갈 것 같진 않다"면서 "두바이 때문에 파리나 런던, 월가 금융 기관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질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환율이 오른 것은 일단 안전자산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라면서 "두바이에서 만기도래하는 돈들이 동결되면 일시적 자금경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투자를 회피하고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지나고 나서 열릴 미국 시장의 반응, 아부다비를 비롯해 두바이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반응 등에 따라 사태의 추이를 짐작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류지복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