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신화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두바이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전 세계 알짜 부동산들이 급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망하는 자가 있으면 흥하는 자가 있듯 부동산투자 큰손들은 '쓰러진 가젤(아라비아 영양)'의 고기를 나누기 위한 향연을 준비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두바이의 국영 건설사인 두바이월드가 채권단에 채무상환 유예를 요청하자 글로벌 부동산 투자자들이 두바이 자본의 알짜 부동산 떨이판매 냄새를 맡고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두바이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런던과 뉴욕 등 알토란 같은 부동산 자산들을 헐값에 처분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두바이월드는 투자전문 자회사인 이스티트마르를 통해 전 세계 곳곳의 고급호텔과 유명백화점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을 손꼽자면 △영국 런던의 아델피빌딩과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그랜드빌딩 △뉴욕의 만다린오리엔탈호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명소인 빅토리아앤드알버트 수변복합공간 등이 두바이월드의 자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가운데 이스티트마르는 이미 지난달 런던 웨스트엔드에 있는 두 개의 사업단지를 헐값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티트마르는 현재 영국에서만 8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또다른 두바이 기업인 P&O는 세계적으로 10억파운드(1조9000억원)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FT는 한푼이 아쉬운 두바이월드 측이 이들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은행들과 협의 중이며 수십억달러를 현금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가젤은 사자보다 빨리 뛰지 못하면 잡혀먹힌다(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며 고속질주를 하다 쓰러진 두바이의 황금 유산이 어떻게 배분될지 주목된다.

한편 외신들은 두바이 곳곳에 들어선 초호화 빌라를 구입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 스타들도 이번 두바이 사태의 피해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자동차 경주왕 미하엘 슈마허,축구선수 마이클 오언 등도 손해를 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