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상누각,신기루에 불과했나. 사막 한가운데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과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등 초현대식 마천루가 운집한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바다를 메워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을 건설한다는 '환상'을 현실화하려던 두바이월드가 경제위기의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두바이월드가 두바이 경제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두바이 경제가 붕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의 무역 허브에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며 사실상 두바이 경제에 조종이 울린 것이라고 전했다.

◆신뢰 잃은 두바이,모래성처럼 무너지다

대규모 차입에 의한 투자로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두바이는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성장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두바이는 '꿈의 개발지'로 표현된 지난 6년간의 호황기에 800억달러가량을 차입해 화려한 변신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차입경제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두바이 정부의 이번 채무 상환 동결 발표를 사실상의 '디폴트'로 규정하며 두바이 경제의 관뚜껑에 못을 박았다.
두바이의 이번 디폴트 선언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모니카 말리크 두바이EFG에르메스 애널리스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대한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바이가 지난 25일 채권 발행을 통해 50억달러를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를 한 직후 두바이월드와 나킬의 채무 상환 연기를 요청한 데 대해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했다. 얼마 전까지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무하마드가 직접 나서 "채무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던 만큼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크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는 두바이 국영기업 6곳의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했다.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은 정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S&P 등은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두바이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디폴트 전 318에서 25일 하루 동안 무려 100포인트 이상 뛴 420.6으로 벌어졌다. 유럽 증시도 바클레이즈와 도이체방크 등 주요 은행들이 두바이월드의 부채에 노출돼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로 26일 3주 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프랑스 증시는 장중 2.5% 하락했으며 영국과 독일 증시도 각각 장중 2.0~2.3%대 내림세를 보였다.

◆'중동의 아르헨티나' 되나

외신들은 두바이가 다시 과거의 영화를 재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 중이던 각종 대규모 토목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인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6년 공사가 시작돼 10~15년에 걸쳐 조성될 예정이던 팜 아일랜드들도 이번 디폴트 여파로 모두 초기 공정 단계에서 흉물로 방치될 위기에 처했다. UBS는 최근 고점 대비 50% 이상 빠진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향후 18개월간 30%가량 추가 하락하고 10년간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두바이월드의 디폴트 선언으로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FT는 "두바이가 앞으로 '중동의 아르헨티나'로 전락해 투자자들에게 고분고분 빚이나 갚아나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과도한 정부 부채로 여러차례 국가 디폴트를 선언했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