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한국은 그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앞서 출구 전략을 거론하고 있다.

경기 회복단계에서 시장의 투자 분위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재정적자를 줄여 시장의 유동성을 낮추는 출구 전략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으나 재정적자 확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마냥 늦출 수만도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어렵더라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의 상황에 놓인 한국 기업들이 선진화를 강력히 추진하면 세계 시장 속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융 개편 영향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자본시장의 개방과 더불어 자기자본을 확충하여 경기 부침을 견딜 수 있는 내부 유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에서 기인한 외환의 변동성과 주식시장 신용 평가는 아직 불안한 상태다. 기업 발전의 안전성을 확립하기 위해 부채 자본의 비율을 개선한 후에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문제의 실타래는 이제 연구개발이라는 하나의 매듭으로 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개방된 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여야 한다. 선진 기업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계된 '문화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인류의 유산인 문화재와 미술품을 수집하고 대중과 함께하는 전시를 지원하여 일반 대중의 문화 향유를 돕는 한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미국에서 문화재는 주로 스미소니언박물관을 비롯한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왔으나,현대 미술품은 주로 민간 기업의 지원으로 공공 미술관이 중심이 되어 수집 및 전시를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록펠러재단은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기부를 통하여 현대 미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최고의 선진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미술관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형태의 문화재단 이사진에 참여하고 개인 미술관도 운영하면서 국내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재정적인 기여가 사회적 책임과 연계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공 미술관을 통해 기업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그를 위해선 공공기관을 통한 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문화경영이 단순한 기부 행위로 거론돼서는 효과적이 될 수 없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제고되면 개방된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든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