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시선이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쏠리고 있다. 국내 금융계에서 '과도할 정도로 독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9명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3일 첫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모두 21명을 확정한 데 이어 20일 2차 회의를 열고 후보군을 5명 안팎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중 최종 1인의 후보를 선정하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취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성 중시하는 사외이사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독립성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회장이나 행장이 들어가 있지 않다. 경영진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들을 뽑는 구조다. 신한 · 하나지주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 지주 회장이 들어가 있는 것과 대비된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의 1년에 비해 2년이나 길어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서로 밀고 끌면서 자기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회장의 입김'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KB금융의 사외이사 모델을 바람직한 제도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이 KB금융 제도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신한 하나금융 등의 사외이사 제도를 KB금융에 맞추겠다고 나서 은행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외이사들,누구 손 들어줄까

현재 사외이사 9명 중 8명은 지난해 국민은행이 KB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되면서 첫 회장을 선출했을 때 사외이사로 있었던 사람이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지주 부회장 겸임)을 후보에서 탈락시키고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을 후보로 최종 선출했다.

강 행장은 9명의 사외이사들 중 4명의 지지만 얻어내 황 전 회장에게 석패했다. 당시 강 행장을 지지했던 4명의 사외이사는 현재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도 강 행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회장을 지지했던 4명의 사외이사와 올해 선임된 조재목 사외이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으며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현 경영진이나 금융당국,정치권 모두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지난번 강 행장에 반대한 사외이사들이 이번에도 반대 세력을 형성할지 여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