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경영난에 허덕이며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일본 1위 항공사 일본항공(JAL)의 주가가 일본에서 '껌 한 통 가격' 수준도 안 되는 90엔대로 추락하며 '일본 하늘의 자존심'으로서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JAL 주가는 18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3.9% 하락한 98엔(약 1270원)에 마감,2002년 재상장 후 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오전 장중 한땐 94엔대까지 떨어지며 6% 가까이 급락했다. 두달전까지만 해도 JAL이 해체되거나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이 이날 "JAL이 (정부 주도가 아닌) 법정관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선회한 게 큰 타격을 줬다. 경쟁사인 전일본공수(ANA)의 경우 이날 주가가 232엔으로 JAL의 2.3배에 달했다.

JAL의 2009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순손실은 1312억엔(약 1조6850억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연간 적자 630억엔의 두배를 넘어섰다. 2차대전 후 국영항공사로 출발했던 JAL은 1987년 민영화됐지만 낙하산 인사와 적자노선 유지,손실에 대한 정부의 무조건적 지원으로 자생력을 잃어가면서 일본내 대표적인 '공기업병(病) 환자'로 꼽혀왔다. JAL의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중인 일본 정부는 공적자금과 민간 출자를 포함해 총 3000억엔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JAL이 비틀거리는 사이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거대 항공사들은 JAL의 지분투자로 일본 항공업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JAL 투자를 위해 아메리칸항공과 손잡은 미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JAL의 보통주 또는 우선주를 사들이는데 최대 1000억엔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에 앞서 델타항공은 300억~500억엔을 들여 JAL의 지분 7~11%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며 투자 조건으로 JAL이 현재 속해 있는 항공동맹체 '원월드'에서 탈퇴해 델타가 있는 '스카이팀'으로 옮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