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일본의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이 4.8%(연율)로 호조를 보였는데도 ‘더블 딥(경기 반짝상승 후 다시 하강)’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하토야마 유키오 정부의 대형 공공사업 중단과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이른바 ‘하토야마 불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의 성장률이 4분기 1.6%로 둔화된 뒤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0.7%와 1.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작년 가을부터 올 1분기까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회복세라고도 할 수 있다.하지만 의미있는 성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성장률을 올해 -5.4%,내년엔 1.7%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에 일본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소위 ‘더블 딥’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다.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가을 이후 일본의 자민당 정부는 4차례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132조엔을 쏟아부었다.이 ‘앰플 주사’가 약발을 내면서 최근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그러나 8·30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하토야마의 민주당 정부는 자민당 정부가 꽂아놓은 앰플 주사를 제거하고 있다.자민당 정부가 벌여놓은 도로와 댐 등 각종 대형 공공사업을 중단했다.

하토야마 정부는 경기부양성 공공공사를 중단하고 대신 내년 7월부터 아동수당 등 복지예산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하토야마 정부는 아동수당 등이 소비를 자극해 생산과 투자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고 경기 진작 효과도 불투명하다.

일본 경제가 맥을 못 추는 큰 이유중 하나는 고질적인 디플레이션 때문이다.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7개월째 하락하고 있다.실업률도 5%대로 높은 수준이다.기업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자 제품 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을 내렸고, 이게 소비부진을 불러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이달 정례 경제보고서에 담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을 지속하기 위해 올 회계연도 12조엔대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다시 2조7000억엔대의 2차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하지만 규모가 적어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이다.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실업률이 10%를 넘는 등 선진국들의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내수도 부진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더블 딥을 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