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내년에 상장하기 위해 상장 요건 검토와 주간사 입찰 제안서 발송 등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계 15위 생보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진행 중인 채권 환수 소송과 관련, 삼성 측이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채무를 갚으려고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1999년 6월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건희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 원에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삼성은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해서 빚을 갚고, 부족하면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책임지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단은 2005년 12월 삼성차 부채 2조4천500억원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총 4조7천380억원을 상환하라며 이 전 회장과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삼성 측이 채권단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대신 처분해 2조3천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런 가운데 늦어도 내년 초 재판부 교체 전까지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자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빚을 갚으려면 이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최근 삼성생명 주가가 낮은데다 비상장 주식이어서 거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상장 추진은 내년 중에 상장 목표를 세운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