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1조 달러를 쏟아부으며 이라크의 치안유지와 경제재건 등에 나섰지만 미국 기업들은 이라크로부터 외면받으며 과실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바그다드의 무역박람회에는 32개국에서 396개 기업이 참가했다.

그러나 박람회를 주관한 이라크 국영회사의 하셈 모하메드 하텐 소장은 "박람회에 참여한 미국 기업은 2~3개뿐이었고, 회사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박람회가 이라크에서 미국의 전쟁이 이라크의 사업에는 득이 되지만 미국에는 꼭 그렇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이라크에 투자했지만 미국 기업들은 지속적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라크의 수입액은 지난해에 435억달러로 2007년의 257억달러에 비해 거의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0억달러로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대 이라크 투자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310억달러로 주도를 하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투자액은 4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찬밥 신세인 것은 일부의 경우 안전 문제에 관한 비싼 비용과 이라크의 폭력사태로 인해 진출을 두려워하는 데 따른 점도 있지만, 이라크 내 사업에 관심있는 미국 기업들조차도 과도한 비용 청구를 하고 기술도 조잡하다는 미국 기업에 대한 인식과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반미정서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석유로부터 나오는 기금으로 자본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여기서도 외면받고 있다.

2013년 걸프게임을 위해 바스라에 수십억달러가 투자되는 경기장과 주택 복합시설인 '스포츠시티' 프로젝트도 많은 미국 기업들이 수주에 참여했지만, 이라크 건설회사가 계약을 따냈다.

2004년 이후 이라크에서 화물 운송을 맡아온 페덱스의 경우 지난달에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 항공사인 러스에어에 화물운송 독점권을 주자 이라크에서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여론 조사로 볼 때 이라크인들은 미국이 이라크인들을 위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것이 아니라 석유를 차지하려고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사실일 경우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일부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방면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