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질소득 3.3%↓..실질소비 1.5%↑

3분기 전국 가구의 실질소득이 역대 최악의 감소율을 보이며 1년째 줄었지만 소비는 5분기 만에 증가했다.

신종 플루 영향으로 보건 지출이, 승용차 세제 혜택에 따라 교통비 지출이, 대형TV 구매 증가로 오락.문화 지출이 각각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3분기 전국가구(2인이상)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305만1천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3.3% 감소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 2분기에 각각 -0.7%, -3.0%, -2.8%에 이어 1년째 줄어든 것이다.

명목소득도 1.4% 줄어든 345만6천원으로 2분기째 감소했다.

이번 실질 및 명목 감소율은 가계동향을 파악한 2003년 이래 최악이다.

경제위기로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 작년에 9월에 있던 추석이 4분기에 끼면서 가구주 상여금이 9.5% 감소하고 추석용돈 등도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실질 소비지출은 195만4천원으로 1.5% 증가했다.

작년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각각 -0.5%, -1.8%, -6.8%, -1.1%에 이어 5분기 만에 늘어난 것이다.

명목으로는 3.0% 늘어난 219만7천원으로 2분기째 증가했다.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소비자심리가 호전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지출은 실질로는 0.1% 감소하면서 4분기째 줄었지만 감소폭이 둔화됐으며 명목으로는 1.4% 증가한 281만8천원으로 2분기째 늘었다.

항목별 소비를 보면 보건(12.4%), 교통(11.1%), 오락.문화(16.3%) 소비가 크게 늘었다.

신종 플루 확산으로 의약품.외래진료비 지출이 늘고 세제혜택으로 차 구입이 78.9%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락.문화는 내년 개별소비세 부과를 앞두고 대형TV 등을 미리 사면서 영상음향기기 소비가 40.3%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식료품.음료(-4.9%), 주류.담배(-10.9%), 통신(-0.6%)은 감소했고 교육(1.6%)은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비소비지출은 62만1천원으로 3.6% 감소했다.

감세 영향으로 소득세 등 경상조세가 9.7% 감소했고 추석용돈 등 비경상소득이 줄면서 가구간 이전지출(교육비.생활비 송금)이 20.1%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자비용은 17.8%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283만5천원으로 0.9% 줄면서 전 분기(-0.7%)에 이어 2분기째 마이너스였다.

소득이 줄었지만 지출을 늘린 데 따라 흑자액은 63만8천원으로 12.4%나 줄었고 흑자율도 22.5%로 2.9%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7.5%로 작년 1분기(78.6%) 이후 가장 높았다.

소득 5분위별 수지를 보면 하위 20%인 1분위는 소득(-6.4%)이 크게 줄고 소비(1.4%)는 늘면서 41만1천원 적자인 반면 상위 20%는 소득(-3.2%)이 감소하고 소비(5.2%)가 크게 늘면서 흑자액이 217만4천원으로 12.1% 줄었다.

소비를 줄인 계층은 2분위(-2.9%)가 유일했다.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전년 3분기(5.51배)보다 낮아졌고 3분기 기준으로는 2004년(5.39배) 이후 가장 낮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감소에 대해 "민간부문의 고용 부진, 임금상승률 하락, 명절 이동 등에 따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과 근로장려세제 지급 등으로 소득격차 악화를 방지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