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3콤을 27억달러에 사들인다. 과거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눈독을 들이기도 했던 알짜 기업 3콤을 HP가 인수함에 따라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시스코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1일 HP가 27억달러에 3콤을 인수,시스코와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HP는 3콤의 현 주가(5.69달러)에 39%의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7.90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인수 작업은 2010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데이브 도나텔리 HP 부사장은 "3콤과의 합병으로 HP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시스코에 필적하는) 2위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며 "특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에서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선 HP가 3콤을 합병하면 네트워크 장비 분야 이익이 프린터나 PC 등 HP의 기존 사업부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HP가 PC 시장보다 훨씬 이익률이 좋은 네트워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HP는 지난해 일렉트릭데이터시스템스(EDS)를 인수하는 등 네트워크 사업 분야를 꾸준히 강화해오고 있다.

HP는 특히 3콤이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 공략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콤은 2003년 화웨이와 합작법인인 H3C를 설립했다. 2007년 화웨이가 가진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이후에도 중국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해왔다.

한편 화웨이는 2008년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3콤을 인수하려 했으나 "펜타곤(미 국방부)의 네트워크 방화벽에도 사용되는 3콤의 첨단 군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미 재무부 산하 대외투자위원회(CFIUS)의 제동으로 실패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