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자기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게 방치하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싱가포르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리콴유 전 총리가 "정책 공백을 빨리 메우라"며 미국에 쓴소리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방문해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던 리 전 총리는 최근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과의 대담에서 "미국의 정책 공백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자유롭게 질주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 ·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며 균형자로 개입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리 전 총리는 미국 · 아세안 상공회의소에서 수여하는 공로상 수상 연설에서 "향후 20~30년 동안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강국들이 규모 면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독주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FT는 "외형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주요국들을 순방하기로 한 시점이어서 리 전 총리의 지적이 적절하지 않은 때인 것 같다"면서도 "아시아 각국에선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지도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FT는 구체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막을 수 있는 도하라운드를 재개할 의지가 있는지 아시아 각국 정부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오바마 정부의 대아시아 지도력을 평가할 시금석으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여부를 꼽았다. 미국 정부가 의회를 설득,2007년 체결한 한 · 미 FTA 비준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은 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행보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