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사회>
랄프 아이흘러 스위스 ETH취리히공대총장
리처드 밀러 미국 올린공대총장
백성기 포스텍 총장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재료공학 기술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 " "대학의 녹색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 "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인재포럼 2009' 기간 중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마련한 '저탄소 녹색성장과 과학기술의 역할' 주제의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을 위해선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세계는 녹색성장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 녹색성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중현 차관=세계적으로 녹색기술의 역할과 발전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음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될 유엔정부간기후변화협의회(IPCC)에 대해 얘기해 달라.

▼리처드 밀러 총장=온실가스는 인간 행동양식의 문제다. 문제는 아직도 정치적으로 미국이 온실가스 문제 해결의 시급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차관=중요한 점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경제성장에 지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보전이라는 과거 소극적인 패러다임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적극적인 패러다임에 맞는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묻고 싶다.

▼백성기 총장= 녹색성장의 키는 석유,석탄 등 기존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 줄이는가 하는 데 있다. 쉬운 방법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나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조명 시스템의 효율 극대화가 좋은 방법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체에너지 개발이다.

▼랄프 아이흘러 총장=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보다는 효율을 높이는 것이 낫다. 스위스에서는 주택의 단열성을 높이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 또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만으로 충분치 않다. 산업 분야에서 과학을 시행하고 사회에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 스위스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어진 지 50년가량 됐다. 이것들을 새로 짓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전기를 수입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들의 원자력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다.

▼밀러 총장=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원으로는 석탄이 가장 많은데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쟁이 치열하다.

▼김 차관=녹색성장을 선도할 대표 녹색기술은 뭐라고 생각하나.

▼백 총장= 재료공학이 중요하다. 지금은 값이 비싸 산업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솔라셀(태양전지)이 대표적이다. 더 큰 가능성으로는 새로운 소재인 퓨어셀(수소연료전지)이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스마트그리드가 있고 기후 예측기술의 발달은 식량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흘러 총장=수소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전지 등 개발을 위한 폴리머(중합체)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한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 있다.

▼김 차관=녹색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초 · 원천연구를 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밀러 총장=미국의 문제는 의회에 과학기술 배경지식을 가진 의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우리와 듀크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이 학제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공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사회학 정치학 등을 가르쳐 글로벌 리더로 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백 총장=과학자나 기술자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엔지니어들이 리더가 되기 위한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

▼김 차관=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제언을 부탁한다.

▼아이흘러 총장=대학이 대규모 스케일의 연구를 하는 것은 힘들다. 미국에서 항공우주국(NASA)이 대학의 기술을 산업화시키는 중간역할을 하듯 한국에서도 그런 기관이 필요하다.

▼밀러 총장=녹색기술 개발과 경제적 이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녹색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