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 간지럽히지 마세요."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식물의 잎사귀를 문지르자 식물이 간지러운 듯 말을 했다.

부드럽게 잎을 쓰다듬으니 즐거운 듯 웃고, 한 대 툭 치니 '아이쿠'라며 아픈 시늉을 한다.

식물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황성재(27) 씨가 개발한 사람의 행동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전압을 감지하고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식물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화분 때문이다.

이 화분은 전류센서와 소형 반도체 처리장치를 설치해 어느 식물이나 흙속에 전극을 끼우기만 하면 인체 미세 전류의 변화를 감지해 그에 맞는 소리와 반응을 나타낸다.

황 씨는 "식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키우는 즐거움도 커지고 더 아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발했다"며 "이 기술은 건물에 침입자가 들어올 때 식물과 접촉하면 작동되는 보안장치 등으로도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식물 인터페이스 화분은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된 '2009 산학협력 엑스포'에 선을 보였다.

산학협력 엑스포에는 이밖에 터치폰을 위한 새로운 휴대전화 한글입력시스템, 진동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시스템 등 대학.연구소 등에서 연구한 다양한 기술이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엑스포 한쪽에 전시된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 수상작 가운데는 장애인을 위한 개발품이 호평을 받았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바이로 로봇'팀(김상권.김성진.권석주)은 얼굴 근육만 사용할 수 있는 중증 장애인들이 눈근육으로 조종할 수 있는 휠체어를 선보였다.

바이오 로봇팀은 "무의식적인 눈깜빡임과 의식적인 눈근육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휠체어 구동부와 연계하는 기술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둘리'팀(이소민.이주연.박지성.정재은)도 중증장애인들이 동작 가능한 부분의 움직임으로 휴대전화 버튼을 대신할 수 있는 '휴대용 통신 인터페이스'를 선보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고양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