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기금 약 3500억원을 들여 런던 도심업무지구에 있는 오피스 빌딩 두 곳을 인수했다고 5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1조원대의 런던 HSBC 본사 빌딩 매입도 추진하는 등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에 사들인 런던 오피스 빌딩은 '40 그로스버너 플레이스'와 '88 우드 스트리트'(사진)로 각각 약 1700억원(지분율 50%)과 1800억원(지분율 100%)에 달했다. '40 그로스버너 플레이스'는 버킹엄궁 인근에 있는 지상 6층과 지하 1층의 첨단 빌딩으로 연면적이 1만9800㎡에 달한다. 2001년 영국 내 최고 상업업무공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88 우드 스트리트'는 지상 17층과 지하 2층에 연면적 2만2374㎡로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한다.

두 건물 모두 임대율 100%를 기록하고 있어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런던 부동산은 2007년 상반기 이후 가격이 많이 내린 상태여서 향후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도 기대된다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앞선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인 칼라일과 함께 일본 도쿄의 도심업무지구에 있는 약 4600억원짜리 오피스빌딩(KDX Toyosu Grandsquare)을 인수하면서 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기존에는 해외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만을 취했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뉴욕 런던 파리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우량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9조원(연금 총투자액 대비 3.7%) 규모였던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 14조원(5%)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하지만 이번 투자 건이 3500억원 규모에 불과해 연말까지 투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대체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특히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본사 빌딩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런던의 새로운 금융지구인 카나리워프에 있는 45층짜리 이 빌딩은 매각 가격이 1조5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다른 인수 후보자들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당초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HSBC빌딩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HSBC빌딩의 동시 매입도 추진했지만 불발되면서 런던 본사 매입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가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HSBC가 매각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입 여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