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폭스바겐이 단 하나만의 차종을 위해서 독일 남동부 작센주(州)의 주도 드레스덴에 거대 공장을 지은 이유는 뭘까.

폭스바겐의 최고급 모델 '페이톤'을 만들어내는 드레스덴 유리공장의 전체 규모는 약 2만4000㎡, 외부시설까지 더하면 5만㎡에 달한다. 수용인원 1만5000명인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건축면적 1만4000㎡) 3개를 지을 수 있는 넓이다.

이 공장의 경제적인 의미는 작지 않다. 설립비용 1억8662만유로(약 3360억원)가 투입된 공장의 조립라인 근로자는 200여명, 기술직과 사무직을 합한 상시 근로자는 800여명이다.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이 공장의 운영이 창출해낸 일자리는 총 3000여개, 드레스덴시(市)가 걷어 들이는 세금은 연간 약 2000만유로(약 360억원)라고 한다.

산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엿보인다.
공장지역을 주거지나 공원에서 격리시키던 지난 100여년간의 도시계획 방식에서 벗어난 이 공장은 중공업과 도시문화를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최초의 사례라고 폭스바겐 측은 설명했다.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투명유리공장 부지는 원래 세계 제2차대전 중 파괴된 문화공간이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공장 안에 들어서면 커다란 구(球)를 볼 수 있다. 당시 예술과 문화, 원예와 건축 전시의 현장이었던 글로브 하우스(Globe House)를 상징적으로 재현한 조형물이다.

차량이 만들어지는 모든 단계를 지켜보는 구조의 이 공장은 폭스바겐 그룹에 있어서는 '소통의 장' 역할을 한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모든 것을 내보인다. 공장 주변에는 식물원을 조성해 도시와의 조화를 모색했다. 연기를 내뿜는 굴뚝도 없다.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공장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근처의 곤충들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빛의 파장을 조절했다. 새들이 날아와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특수한 고주파를 내보내 위험을 알린다. 이 모든 치밀한 설계에서는 유서 깊은 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자신들이 내놓는 제품의 이미지로 이어가려는 폭스바겐의 의도가 엿보인다.

더할 나위 없는 섬세함으로 이루어진 이 공장 방문객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주문한 '페이톤'을 직접 인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독일 전역에서 찾아온 차주들은 자신의 차가 탄생하는 모습을 낱낱이 살펴보게 된다.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최우수 고객(VIP) 라운지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던 차주들은 갓 공장에서 뛰쳐나온 차량을 맞이한다. 이들에게 있어 이 차는 더 이상 철판으로 몸을 감싼 기계덩어리가 아니다. 로마제국 왕조의 숨결이 가득한 도시, 드레스덴의 향취를 가득 머금은 하나의 '작품'이다.

드레스덴(독일)=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
☞폭스바겐 '페이톤'은…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비틀'로 상징되는 대중성을 뒤엎고 200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고급 대형세단이다. 디젤(경유) 엔진을 사용하며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종은 3000cc급 6기통 TDI 엔진을 탑재한 모델과 4200cc급 8기통 LWB 엔진이 실린 모델 2가지다. 가격은 각각 8990만원. 1억2700만원으로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있어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무엇이 車를 '생명체'로 만드는가…폭스바겐 페이톤 유리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