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 자회사인 GM유럽의 오펠 · 복스홀을 팔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캐나다 자동차부품회사 마그나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에 지분 55%를 매각하려던 계획은 전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M 이사회는 3일 성명을 통해 최근 개선되고 있는 경영환경과 글로벌 경영전략에서 차지하는 오펠 · 복스홀 브랜드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매각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GM유럽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는 "GM은 빠른 시일 내에 독일 정부 및 다른 이해당사국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오펠 · 복스홀의 구조조정 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30억유로(약 4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GM의 계획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앞서 GM에 제공한 15억유로 규모의 브리지론을 상환할 것"을 요청했다.

독일 내 2만5000여명의 오펠 근로자 일자리를 우려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5월부터 공개적으로 마그나-스베르방크 컨소시엄의 인수를 지지하며 총 45억유로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이를 둘러싸고 유럽 내에선 GM의 오펠 · 복스홀 매각이 독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이뤄진 불공정 행위라며 비판 여론이 뜨거웠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최근 GM의 매각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없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의 판매 호조 등으로 GM의 형편이 나아진 데다 오펠 · 복스홀 매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마그나 측과 협상 서명을 미뤄오던 GM이 매각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