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의 `버블(거품)'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4일 `달러화 약세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3월 이후 약세로 전환한 달러화는 2010년에도 점진적인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를 전망하는 이유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ㆍ경상수지적자)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달러화 신인도 하락 ▲미국의 초저금리 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몰렸던 자금이 다시 유출되고,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캐리트레이드(달러화를 빌려 다른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금융거래)까지 가세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연결돼 경기 회복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박 연구원은 전망했다.

특히, 달러화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돼 신흥국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1% 빠지면 선진국 주가는 약 0.4% 상승하는 반면 신흥국 주가는 약 1.5%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이처럼 버블이 생겼다가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거나 금리가 올라 자금이 이탈할 경우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화 약세는 당장 미국의 경상수지를 개선해 경기 회복에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상승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 내수 침체→수입 수요 감소→대미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재가 상승에 대비해 에너지 확보 전략을 세우고,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며 "원자재가격 상승은 자원 수출국의 경기 회복 효과가 있는 만큼 이러한 기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