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년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외이사 임기를 다년제로 바꾸고 매달 또는 분기마다 사외이사들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회사경영연구실장은 3일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토대로 해서 사외이사제도 개선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개선안에서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다만 회사경영의 효율성이 저해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필요시 경영진이 지명하는 사외이사,즉 '선임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게 했다.

은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2분의 1 이상'에서 '2분의 1 초과(과반수)'로 상향 조정하고 지분율이 0.5% 이상인 소수 주주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총 5~6년으로 제한하는 '총임기 상한제'도 도입토록 했다.

사외이사가 CEO와 유착되지 못하도록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고 은행연합회와 같이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춘 비영리단체가 사외이사 인력 풀(pool)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사람의 진입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인,경영진 및 대주주와의 관계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개선안은 또 이해 상충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 사외이사가 다른 금융회사에 겸직하지 못하도록 했고 다른 업종의 경우 1개만 겸직할 수 있게 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했는지는 물론 발언 내용까지 공시하고 사외이사 상호간 업무평가를 하도록 했다. 사외이사의 임금은 지금처럼 기본급을 중심으로 지급하되 맡은 책임이나 투입한 시간 등에 따라 수당을 혼합하는 체계를 마련토록 했다. 사외이사들이 소신있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결정 내용에 대한 책임보험에 가입시켜 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실장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하고 있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외이사제도 개선 방안을 은행권 모범규준(베스트 프랙티스) 형태로 자율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상구 고려대 교수와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김두경 은행연합회 상무,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오세경 건국대 교수,이상빈 한양대 교수,전성인 홍익대 교수,최훈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등이 참석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