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과 녹색산업을 미래의 신성장 엔진으로 설정한 것은 향후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

'글로벌 인재포럼 2009'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사진)은 피곤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 전략'에 대해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자신을 "현재의 위기보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는 경제학자"라고 소개하면서 "모두가 위기 대응에 급급한 이때에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굉장히 넓고 담대한 안목"이라고 평가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특히 "천연 자원이 고갈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과제는 '인재'를 개발하고 키워내는 일이라고 믿는다"며 "한국이 미래에도 위기 이전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번 경제위기는 오히려 세계 각국이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그중에서 특히 '인적 자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각국의 잠재된 자원 중에서 국가 간 교류가 가장 활발할 수 있는 것이 '인적 자원'"이라며 "한국경제신문의 인재 포럼은 세계의 균형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또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자국 중심의 성장전략에 골몰한 결과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초래됐다"며 "녹색 성장은 그런 점에서 역사상 지금까지 내세워진 성장전략 중 가장 성숙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균형성장을 위한 '약(弱) 달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균형 성장의 의미 안에는 부국과 빈국 간의 균형을 이룬다는 뜻뿐만 아니라 소비와 생산이 양극화된 미국과 중국 두 국가 간의 균형도 포함된다"며 "미국의 무역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약 달러가 미국의 수출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라고 주장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이어 "달러화가 1995년부터 2002년 사이에 40% 올랐다는 점에서 이제는 재조정될 때가 왔다"며 "달러화 약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다만 미국 정부가 달러화 가치의 하락 속도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도 미국에 너무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면서 불거진 과잉유동성이 경제에 거품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달러화 약세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외환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비중은 65%,유로는 25% 정도지만 10~20년 후에는 두 통화가 각각 40~50%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국은 이 기간 안에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버그스텐 소장은 중국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자본시장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상이 시급하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자국 통화를 2~3년간 20% 정도 평가 절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전에 세계 성장률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또 그게 지속 가능한 상태인지를 봐야 한다"며 "금융 시스템의 정상화도 출구전략 시행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