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규 직원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2일 발표했다. 지금 같은 방식의 대졸 신입사원 선발만으로는 실무능력을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판단,인턴들에게 집중적인 실무교육을 제공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정규 사원으로 고용한다는 것이다.

새 제도의 도입으로 연간 7000~8000명 선인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방식은 공채와 인턴십 등 '투 트랙'으로 나뉘게 됐다. 삼성전자는 채용 사이트인 디어삼성(www.dearsamsung.co.kr)을 통해 이날 공고한 하반기 대학생 인턴사원 모집부터 새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모집 대상은 대학 학부과정 3학년 2학기와 4학년 1학기 재학생이며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지원을 받아 약 8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새 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과를 봐가며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이고 인턴 선발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원 출신은 여전히 공채가 중심이 되지만,학부 졸업생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으로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턴 제도 대수술

삼성전자가 새로 도입한 '실무형 인턴십 프로그램'은 인문계와 이공계의 구분이 없다. 실습 시간도 기존 인턴십 프로그램의 2배가 넘는 8~9주에 달한다. 불요불급한 교육 프로그램은 최소화하는 대신 현장 부서에서 실무를 익히는 시간을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본인이 입사하게 될 부서에서 실습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프로그램 수료 후에도 해당 부서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입사 전 사전 학습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턴사원의 대부분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만큼 선발 과정이 한층 엄격해진다. 1인당 35분 정도였던 면접 시간을 1시간가량으로 확대한 집중면접을 도입,지원자들의 전공 지식과 잠재적인 역량 등을 꼼꼼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집중면접은 3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창의력 △성취지향성 △혁신지향성 △문제해결력 등으로 항목을 나눠 잠재 역량을 측정한다. 2단계부터는 전공과 연관된 구직자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동안 이수한 과목들의 내용과 수업참여도 등을 지원자 성적표와 연계해 확인하는 게 두 번째 단계다. 마지막으로 구직자들의 전공지식 수준을 판별할 수 있는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기업 채용시장 지각변동 예고

삼성전자가 '스펙(외적 조건)' 대신 전공 지식과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로 함에 따라 대졸 채용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어학성적 및 직무적성검사와 면접을 준비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삼성전자 입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에 능한 인재를 선호하는 것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삼성전자의 채용 실험이 성공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인턴과 취업을 연계한 채용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새 인턴십 프로그램이 취업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대학 문화를 바꾸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팀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전공 과정을 보다 깊이 공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주요 대학에 인턴십 프로그램의 내용을 공개해 보다 내실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새 인턴십 프로그램이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도입한 '복장 자율화','자율 출퇴근제' 등과 맥이 닿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양한 인재들을 수용함으로써 조직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 채용시스템에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