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그린초지협동화단지.대지 6041㎡에 2층 규모의 2개 작업동과 환경관리동 등 3개 동으로 구성된 이곳은 자가(自家)공장이 없던 7개 중소 도금업체들이 상생(相生)을 도모하는 협동화사업장이다. 최근 청산이엔티 남신산업 더빙플라텍 정아시스템 명신메탈 이원금속 등 6개 도금업체들이 입주 중이며,12월 중 PCB 제조 및 도금업체인 아스타가 가세하면 '한 지붕 일곱 가족'의 협업사업장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30일 그린초지협동화단지에서는 6개 기업들의 입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 기업은 최근 경기 회복으로 주문량이 늘면서 입주와 생산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단지 내 각 사업장에서는 도금 작업을 마친 볼트 너트를 비롯해 자동차,전자제품용 부품 등 각종 생산품들이 10t 트럭에 부지런히 실려 나갔다.

협동화사업장 대표를 겸직 중인 변근석 명신메탈 대표는 "자가 공장을 갖기 위해 추진한 협동화사업장이 벌써부터 매출 증대 등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 시흥 수원 등에서 임대공장을 운영해왔던 이들 기업은 자체 폐수시설과 클린화사업장을 갖춘 뒤 주문량이 늘어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주요 바이어들의 거래관행이 샘플계약에서 현장실사 후 납품계약 체결로 바뀌면서 열악한 생산시설 탓에 최종계약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여러 차례 겪었다.

김희중 이원금속 대표는 "예전에는 거래처에서 나온다고 하면 지레 주눅 들곤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남신산업 정아시스템 더빙플라텍 등 3개 기업은 최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의 1,2차 협력업체들로부터 연거푸 실사를 받은 후 새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임대공장보다는 자가공장을 보유한 도금업체를 거래처로 선호하는 추세가 이들에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입주기업들이 동일 업종이다 보니 공동영업이 가능한 데다 각 업체의 생산량을 초과하는 주문은 서로 나눠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협동화사업장의 다른 강점이다.

무엇보다 협동화사업의 가장 큰 효과는 비용절감이다. 7개 도금업체들은 11억원을 공동 투자해 자체 폐수처리장을 지었다. 도금업체들에 화학약품 등 폐수처리 비용이 최대 고민거리였다. 아연도금업체인 남신산업 유남종 대표는 "폐수를 함부로 버리면 사업면허가 취소되고,법대로 처리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 폐수처리장 구축으로 업체들의 t당 처리비용은 2만원에서 8000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신산업의 경우 월 평균 폐수처리비용이 7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감소,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시설난,인력난,자금난을 겪어온 대표적 3D업종인 도금기업들이 클린사업장 변신을 통해 인력 채용에도 일부 숨통을 틔우고 있다.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지난 10년 동안 직원을 뽑을 엄두도 못내 가내수공업형태로 사업장을 운영했던 이원금속은 이번에 9명의 직원을 뽑는 데 성공했다.

명신메탈 등 7개 기업들은 지난해 폐수처리 문제와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도금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위기상황을 맞아 협동화사업장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토지 매입과 건물 신축 등을 비롯해 신규시설 투자 등으로 예상되는 200억여원의 자금 확보가 과제였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중진공은 중소기업들의 시설현대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3개 기업 이상이 협동화사업을 추진하면 자금 및 컨설팅 지원업무를 한다. 이들 기업은 중진공으로부터 협동화사업 실천계획을 승인받고,95억여원을 연 4.5%의 장기저리로 융자받아 사업 추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안산=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