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입고, 거주하는 분야의 소비지출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휘청거리던 경제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풀리고 그동안 안 먹고 안 쓰며 견디던 내핍생활자들도 서서히 '쇼핑'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복 구입이 1년만에 플러스로 반전되는가 하면 자동차 구입은 정부의 세제지원 효과까지 겹쳐 폭발적인 수준으로 늘었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회복에 가장 먼저 반응하며 거래가 늘었고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경우 가격 급등세를 보인 바 있어 정부 당국이 현재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억눌러 놓은 상태다.

◇의복 구매 1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
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재판매액지수에서 의복 항목은 전년동월대비 1.6% 증가를 기록했다.

수치는 비록 크지 않지만 2008년 9월에 마이너스 12.2%를 기록한 뒤 1년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반전이다.

넓은 의미에서 입는 것에 포함되는 신발 및 가방 항목의 경우 9월에 4.8% 증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이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1월의 5.6%와 8월의 8.7% 외에는 없다.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옷 구매를 줄인다는 점에서 이번 의복이나 신발의 호조는 경기가 이제 어느정도 풀려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판매액이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신사복 매출도 3분기 들어 많이 회복했다.

3분기의 이마트 지수에서 신사복은 110.7을 기록, 2분기의 84.1에 비해 26.6포인트나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9월 남성의류 매출 신장률도 14.2%로, 올 들어 최고였다.

9월 백화점 매출 조사에서 가장 호조를 보인 것도 의류나 잡화가 대부분인 명품 항목이다.

작년 9월보다 21.9%나 증가, 3월 이후 최고 증가세를 기록했다.

먹을거리 소비는 의식주 가운데 회복 속도가 가장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음식료품 판매는 지난 2월 -15.3%까지 추락했지만 그 후 -1% 안팎을 오가다가 8월(0.6%)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9월에는 -0.1%로 주춤한 모습이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월에 0.4% 상승하면서 플러스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아직 회복력이 강하지 않은 상태다.

◇ 아파트 거래 급증..내구재 소비 꿈틀
의식주 중에 먼저 회복세를 보인 것은 `주' 부문이다.

9월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는 5만4천여건으로 8월의 5만45건에 비해 8.9% 늘었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불거진 작년 9월 2만5천여건의 갑절이 넘는다.

지난 1월 거래건수가 1만8천여건에 불과했지만 2월에 2만8천여건, 3월에 3만7천여건에 이어 4~7월에 4만건을 계속 웃돌며 점차 늘어난데 이은 것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거래 증가세가 뚜렷하다.

9월 부동산업 생산도 11.4%나 늘면서 6월부터 넉 달 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부동산개발 및 공급업이 지난 6월부터 30%를 넘나드는 증가율을 보였다.

거래 증가에 따라 부동산 중개.감정평가업도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행진에 지난 8월 마침표를 찍은데 이어 9월에는 27.5%나 증가했다.

경기에 민감한 내구재인 가구 판매액이 3.0%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07년 1월(5.0%) 이후 32개월만에 플러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29.3%로 바닥을 찍고 6월 -14.6%, 7월 -7.5%, 8월 -6.6% 등으로 꾸준히 호전됐다.

집을 사고 이사가 잦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구 소비가 늘어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집 다음으로 목돈이 많이 들어가는 승용차 판매의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9월 판매는 작년 동월 대비 65.8%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의 60.0%를 웃돌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 5월부터 5개월째 증가하면서 소비 회복을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에는 국내 자동차 판매가 올해보다 1.4% 늘어 8년 만에 최고인 141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전제품 판매도 9.0% 늘어나면서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 7월(17.2%) 이후 최대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컴퓨터 및 통신기기 판매는 0.2% 줄었지만 5월 -12.0%, 6월 -5.8%, 7월 -2.2%, 8월 -1.8%에 이어 감소세가 둔화됐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심재훈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