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Exit Strategy)의 국제 공조는 사실상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금리 인하,정책자금 공급 등 비상조치들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정책을 말한다. 국가별로 경제 상황이 달라 국제 공조를 지나치게 고집하다가는 정책 집행에서 실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 공조 왜 어렵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출구전략에 관한 공조를 약속했지만 경기 회복은 경기 침체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선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국가별로 경제 상황이 판이하다. 우선 미국 영국 유로지역 등 선진국들은 아직까지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2.9%에 이르고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8.9%에 이르는 등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뚜렷하다. 통상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 경우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데 나라별로 성장률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출구전략의 핵심 중 하나인 금리 인상의 시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나라별로 상이하다. 미국 일본 유로지역은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인도는 12%에 육박한다. 또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반등 현황도 한국과 호주가 미국 등 선진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호주 · 노르웨이 속속 금리인상

이스라엘이 지난 8월 정책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G20 국가 중에선 호주가 스타트를 끊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6일 정책금리를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호주 경제는 광물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데 광물가격이 오르다 보니 국내 통화가 팽창하고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호주 중앙은행의 설명이었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가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2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릴 것으로 보도했다.

다음으론 브라질이 금리인상 후보국으로 꼽히고 있다. 브라질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금리인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정책이 약한 중국의 경우 대출 규제를 통해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을 이미 실행 중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내년 하반기께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박종규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출구전략이란 것이 실상은 경기를 약간 긴축시키는 것인데 늦게 실행하는 국가일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출구전략을 먼저 시행하면 자국 내 긴축이 외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상쇄되지만 나중에 시행하면 자국의 긴축과 외국의 긴축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G20에서 아젠다를 출구전략 국제 공조로 삼았지만 이제는 무게중심을 금융규제나 그린성장 쪽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경우 신흥국과 선진국의 중간 정도에서 출구전략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하고 있다. LG 현대 삼성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일제히 내년 상반기께 기준금리 인상을 권하고 있다.

박준동/조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