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엔화나 유로화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을 잇따라 내비쳤다.

로이터통신 등은 26일 "중국 인민은행의 소식지인 금융시보에 외환보유액에서 엔과 유로화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기사가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직함 없이 주하이라는 이름만으로 금융시보에 등장한'유령 기고자'는 "달러화가 외환보유액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겠지만 지금보다는 비중이 확실히 줄어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 유럽 간 교역이 증대되는 상황을 감안해 유로화와 엔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외환보유 정책 변화를 위한 여론 탐색용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앞서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도 "달러와 유로화를 주로 하는 외환보유 구도에 당분간 큰 변화는 없겠지만 새로운 외환보유 통화로 위안화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혀 달러화 비중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러시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은 49%로 이미 절반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바클레이즈캐피털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3개월간 세계 각국이 신규로 확보한 외환의 63%는 유로화와 엔화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달러 비중 축소 움직임으로 '중국이 달러표시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중국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27일 "보유외환에서 유로화나 엔화의 비중을 높이고 달러를 낮추겠다고 한 것은 중장기적인 이야기"라며 "당장 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우려를 살 만한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