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노익장이라 치켜세울 것이고,누군가는 노욕이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경제계엔 '뒷방 늙은이'가 되길 거부한 80대 고령 경영인들이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천은 25일 젊은이들의 팽팽한 피부에 아랑곳없이 "내 주름살 하나가 곧 내 경험 한 개"라며 여전히 현장에서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는 80세 이상 경영인 8명을 소개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이들 '80대 현역들'에 비하면 올해 79세의 워런 버핏은 아직 청년처럼 보일 정도다.
美 누비는 팔순 CEO들 "주름 한줄 한줄이 경륜…"
미국의 전설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커크 커코리언 트라신다 회장은 올해 92세다. 커코리언은 포드와 MGM미라지 등 주요 기업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 충격에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카지노업체 MGM미라지에 투자한 140억달러는 불과 2년 만에 20억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커코리언의 측근이 "커코리언에게 그 일은 단지 도로에서 과속 방지턱 하나 만난 정도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투자에 있어 커코리언의 대담함은 고령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커코리언보다 더 나이가 많음에도 현역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94세의 월터 제이블 큐빅코프 CEO다. 1951년 방위산업기술 회사인 큐빅코프를 설립한 제이블은 대학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으며,지금도 매일 자택에 마련한 헬스장에서 역기를 들며 체력을 관리한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의 창업주로 인덱스펀드를 최초로 내놓았던 존 보글(80)은 지금도 정확히 아침 7시45분이면 사내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한다. 보글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강연 및 저술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일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이야말로 날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맨카인드의 창업주이자 CEO인 알프레드 만도 83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도 주 80시간을 근무하며 젊은 연구팀과 신제품 개발에 머리를 맞댄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돌(Dole) 브랜드로 친숙한 과일 · 채소 기업 돌푸드의 데이비드 머독 회장은 8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 한 알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돌푸드의 수장답게 자신의 건강 비결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매일 헬스클럽을 다닌다"고 말했다. 또 루퍼트 머독과 함께 미디어 재벌로 잘 알려진 섬너 레드스톤 비아컴 및 CBS 회장(86)은 자신의 건강 비결로 노화방지 음료와 토마토 주스,보드카와 와인을 꼽았다.

포천은 이 밖에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로 잘 알려진 브루턴 스미스 소닉오토모티브 CEO(82)와 석유재벌에서 풍력발전 전도사로 변신한 분 피켄스 BP캐피털 CEO(81)를 80대 이상 대표 경영인 명단에 올렸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