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작년 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화물기를 추가로 임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새로운 화물노선에 취항한다. 늘어나는 한국발 항공화물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미국 항공사인 월드 에어웨이즈로부터 화물전용 항공기인 보잉747 1대를 두 달간 빌리기로 했다. 항공기와 운항승무원까지 모두 빌리는 '포괄임차(wet-lease)'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항공사들이 주로 성수기에 일시적으로 물동량이 늘어났을 때 사용한다. 아시아나 항공이 '포괄임차'로 화물기를 빌린 것은 2007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화물기 8대로 항공화물을 수송했으나 경기침체로 수송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차한 항공기를 인천~LA 노선에 주3회 전용 화물기로 투입할 예정이다.

또 연내에 인천~밀라노(이탈리아) 화물노선에 주 2회 취항할 예정이다. 미주노선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화물 운송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럽 남동부 지역의 화물 허브역할을 하는 밀라노 공항에 취항해 향후 본격적으로 늘어날 항공화물 물량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인천~하노이 노선에 이달 말부터 화물기를 새로 투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여객 노선만 운항했지만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화물 운송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주2회 신규 취항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아시아의 화물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은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국제공항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인천~나보이~브뤼셀(벨기에) 노선과 인천~나보이~밀라노 노선을 지난 상반기에 개설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화물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항공화물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3분기 국내에서 출발한 항공화물 수송실적은 지난해 6만6000t에서 올해 8만t으로 21%늘었다. 전체 화물 수송실적도 지난 3분기 25만3700t으로 지난해(24만7900t)에 비해 2% 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15만7878t의 항공화물을 수송했다. 지난해(15만2187t)에 비해 3.7%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올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덕분이다. 항공화물은 운임이 비싸 주로 단가가 높은 IT 제품을 나르므로 IT 산업의 호황은 항공화물 물동량 증가로 이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7월까지는 전년에 비해 물동량이 적었으나 미주행 LCD(액정표시장치)와 휴대폰 물량이 늘어나면서 8월과 9월 들어 수송실적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증가 추세인 항공화물을 잡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